장마 끝나고 3일, 포도 잎 뒷면에 흰 곰팡이가 폈다면 이미 늦은 겁니다.그 시점에는 이미 포자가 사방으로 퍼진 상태라서, 약을 쳐도 이미 감염된 잎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노균병은 초기 며칠이 승부를 가르는 병이고, 저도 이 타이밍을 한 번 놓쳐서 한 구역을 통째로 잃어본 적이 있습니다.노균병이란 무엇인가노균병은 곰팡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난균류라는, 진짜 곰팡이와는 계통이 다른 병원균에 의해 생기는 병입니다.포도에서는 플라스모파라 비티콜라라는 병원균이 원인인데, 이 병원균은 겨울 동안 낙엽이나 흙 속에서 난포자 형태로 버티다가 봄에 비가 오면 유주포자를 만들어 빗물을 타고 잎으로 튀어 올라 기공을 통해 감염을 시작합니다.여기서 기공이란 잎 뒷면에 있는 작은 숨구멍인데, 노균병균은 바로 이 구멍을 침입 ..
작년 8월, 저희 포도밭 한 구역에서만 유독 잎끝이 타들어가듯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습니다.병해인 줄 알고 살균제부터 쳤는데 전혀 안 먹혔습니다.결국 토양 측정기를 꽂아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범인은 벌레도 곰팡이도 아니고 제가 직접 넣은 비료였습니다.그날 이후로 전기전도도, 흔히 EC라고 부르는 이 수치를 매주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전기전도도(EC)란 대체 뭘까요전기전도도, 줄여서 EC라고 부르는 이 수치는 쉽게 말해 흙 속에 녹아있는 염류와 비료 성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전기가 통하는 정도로 나타낸 지표입니다.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전해질 이온, 그러니까 염류와 비료 성분이 많을수록 전기전도도는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단위는 dS/m를 쓰는데, 데시지멘스 퍼 미터라고 읽으며..
트랙터 한 대 값이 수천만 원인데, 1년에 며칠 쓰려고 그 돈을 다 쓸 농가는 많지 않습니다. 저도 밭을 처음 만들 때 돌이 너무 많아서 트랙터와 돌수집기를 급하게 구해야 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게 농기계임대사업소였습니다. 그 뒤로 6년째 매년 이용하고 있는데, 신청 절차나 반납 규정을 제대로 모르고 갔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겪은 대로 신청부터 반납까지 정리해봅니다.농기계임대사업소란 어떤 곳인가농기계임대사업소란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트랙터, 관리기, 파쇄기 같은 고가의 농기계를 대량으로 구입해두고, 농가가 필요할 때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쓸 수 있게 운영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03년부터 전국 시·군 단위로 확대돼왔고, 현재 전국 ..
비료값만 매년 늘어나는데 포도알 굵기는 그대로다 싶으시면, 원인은 비료가 아니라 흙 속에 있을 확률이 큽니다. 저도 포도밭 6년 차가 되어서야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정식 토양검정을 받아봤고,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나서야 그동안 나무가 왜 힘들어했는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직접 흙을 채취해서 김천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고 받은 처방서를 근거로, 토양검정 준비 과정과 결과 읽는 법을 그대로 적어봅니다.토양검정이란 무엇인가토양검정이란 밭의 흙을 채취해서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작물에 필요한 비료의 종류와 양을 정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고 부족한 영양소를 처방받는 것과 똑같은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여기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
"10말짜리 드릴까요, 25말짜리 드릴까요?" 농약사에서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리터나 g 단위가 익숙한 저한테 '말'이라는 단위는 그냥 외계어였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쌀이나 곡식 잴 때 쓰던 개념이라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그래서 용기 내서 물어봤습니다. "1말이면 18리터 말하는 거예요?" 그러자 농약사 사장님이 웃으면서 "말통 1개요"라고 정정해주셨습니다. 농약을 아무리 잘 골라도, 물에 제대로 희석하고 제대로 살포하지 못하면 다 소용없습니다. 오늘은 앞서 소개한 살충제, 살균제, 전착제를 실제로 어떻게 물에 타고, 어떻게 뿌리는지 6년 동안 몸으로 익힌 현장 노하우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농약 단위부터 정리, 말통과 리터의 차이전통적인 '한 말'은..
농약 병뚜껑 색깔 하나 잘못 보고 약을 바꿔 치면, 그해 농사 절반은 그대로 날아갑니다.저도 포도 시작하고 2년 차 되던 해에 비슷한 일을 겪을 뻔했습니다. 농약사에서 급하게 두 가지 약을 사 왔는데, 뚜껑 색만 보고 대충 짐작해서 섞었다가 살포기 통 안에서 이상한 침전물이 생기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농약은 절대 대충 사고 대충 섞지 않습니다. 오늘은 6년 동안 포도밭 관리하면서 몸으로 익힌 농약 분류 기준과 구매할 때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농약 4대 분류, 살포 전 반드시 알아야 용도농약관리법 제2조에서는 농약을 균, 곤충, 응애, 선충, 잡초 등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대상을 방제하는 데 쓰는 약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크게 나누면 병원균을 잡는 살균제(殺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