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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나고 3일, 포도 잎 뒷면에 흰 곰팡이가 폈다면 이미 늦은 겁니다.
그 시점에는 이미 포자가 사방으로 퍼진 상태라서, 약을 쳐도 이미 감염된 잎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노균병은 초기 며칠이 승부를 가르는 병이고, 저도 이 타이밍을 한 번 놓쳐서 한 구역을 통째로 잃어본 적이 있습니다.
노균병이란 무엇인가
노균병은 곰팡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난균류라는, 진짜 곰팡이와는 계통이 다른 병원균에 의해 생기는 병입니다.
포도에서는 플라스모파라 비티콜라라는 병원균이 원인인데, 이 병원균은 겨울 동안 낙엽이나 흙 속에서 난포자 형태로 버티다가 봄에 비가 오면 유주포자를 만들어 빗물을 타고 잎으로 튀어 올라 기공을 통해 감염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기공이란 잎 뒷면에 있는 작은 숨구멍인데, 노균병균은 바로 이 구멍을 침입 통로로 씁니다. 그래서 노균병은 잎 앞면보다 뒷면에서 먼저 흔적이 나타납니다.
별명도 여러 개인데 닭발병, 염소뿔병이라고도 부릅니다. 병든 잎이 오그라들면서 말라비틀어지는 모양이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노균병의 대표 증상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포도가 노균병에 걸리면 처음에는 잎이 물에 데친 것처럼 투명한 병 증상이 나타나다가, 4~5일 뒤 잎 앞면은 노랗게 변하고 뒷면에는 흰색 곰팡이가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저는 처음 이 병을 봤을 때 그냥 이슬이 맺혀서 잎이 젖은 줄 알았습니다. 투명하게 비치는 반점이라 자세히 안 보면 그냥 지나치기 딱 좋습니다.
잎에만 그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꽃송이나 어린 열매까지 감염되면 열매꼭지가 떨어져 버리는 피해로 이어집니다. 개화기 직전에 감염되면 그 해 수확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균병이 좋아하는 환경
노균병은 저온다습한 환경, 그러니까 온도는 그리 높지 않으면서 습도만 높은 조건을 가장 좋아합니다.
농촌진흥청은 갈색무늬병과 노균병이 장마기 이후 급격하게 발생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 조사에서 이 시기 발생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저희 밭은 비가림 하우스라 노지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하우스 안에서도 환기를 게을리하면 습도가 갇혀서 오히려 노지보다 더 심하게 번지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밀식 재배나 강전정으로 나무 속이 빽빽한 밭, 배수가 안 돼서 땅이 늘 축축한 밭도 취약합니다. 통풍과 채광이 안 되면 잎이 마를 시간이 없으니 병원균 입장에서는 최적의 조건이 되는 셈입니다.
노균병과 탄저병의 차이점
농가에서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게 노균병과 탄저병입니다. 둘 다 장마철에 겹쳐서 나타나다 보니 저도 처음엔 구분이 잘 안 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발생 부위와 병반 모양입니다. 탄저병은 과실에 수침상, 그러니까 물이 스며든 것처럼 옅은 녹색으로 변한 반점이 생기다가 둥글게 번지고 주황빛 포자 덩어리가 맺히는 반면, 노균병은 주로 잎에서 시작해 투명한 반점 뒤 흰 곰팡이가 뒷면에 핍니다.
| 구분 | 노균병 | 탄저병 |
| 주요 발생 부위 | 잎, 꽃송이, 어린 열매 | 주로 과실 |
| 초기 증상 | 투명한 유탁 반점 | 수침상 옅은 녹색 반점 |
| 진행 후 모습 | 뒷면 흰색 곰팡이 | 주황빛 포자 덩어리 |
| 선호 환경 | 저온다습 | 잦은 비, 일조 부족 |
증상만 보면 헷갈릴 수 있지만, 저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잎 뒤집어서 흰 가루 같은 게 보이면 노균병, 열매에 주황빛 진물 같은 게 맺히면 탄저병입니다. 방제 약제도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을 잘못하면 헛돈 쓰는 셈이 됩니다.
노균병 예방 방법
예방의 기본은 보르도액입니다. 보르도액이란 황산구리와 석회를 섞어 만든 구리 성분의 보호살균제로, 100년 넘게 써온 가장 오래된 병해 예방 자재입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석회 순도 95%와 황산구리 98.5%를 6대6 비율로 배합해 6월 하순부터 다섯 차례 살포했을 때 노균병 방제 효과가 가장 우수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유기농업학회지).
저희 밭에서는 신초가 20~30cm 자랄 무렵부터 예방 차원으로 보르도액을 살포하고, 이후에는 만코제브 같은 보호살균제 계통을 돌아가며 씁니다. 한 가지 약제만 계속 쓰면 병원균이 내성을 키우기 때문에 계통이 다른 약을 번갈아 치는 게 요령입니다.
그리고 예방은 약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곁순 정리로 통풍을 확보하고, 배수로를 정비해 땅이 축축하게 고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질소질 비료를 과하게 주면 잎이 웃자라 통풍이 더 나빠지니 이 부분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노균병 발생 시 방제 방법
발생 초기에는 침투이행성 살균제를 씁니다. 침투이행성이란 약제가 잎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식물 조직 안으로 흡수되어 이미 침입한 병원균까지 억제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메탈락실이나 디메토모르프 계열 성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보르도액 같은 보호살균제는 병원균이 침입하기 전에 잎 표면을 코팅해서 막는 방식이라, 이미 감염된 부위에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발생 초기에는 침투이행성, 이후 확산 억제 단계에서는 보호살균제로 바꿔가며 치는 조합이 효과적입니다.
제가 한 구역을 잃었던 그 해가 딱 이 순서를 반대로 한 경우였습니다.
장마 중이라 며칠 방제를 미뤘는데, 비 그치자마자 하루 만에 잎 뒷면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때 보호살균제부터 쳤는데 이미 침입한 균에는 소용이 없었고, 뒤늦게 침투이행성 약제로 바꾸고 나서야 확산이 멈췄습니다.
그 이후로는 장마 예보가 뜨면 비 오기 전에 미리 침투이행성 약제를 한 번 치고 들어가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비 맞기 전에 치는 것과 맞은 후에 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정확한 등록 약제와 사용 기준은 작물, 수확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서 확인 후 안전사용기준에 맞춰 살포하시기 바랍니다.

노균병 관련 전문 자료 링크
아래는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한 공신력 있는 자료들입니다. 직접 원문을 확인하시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 농촌진흥청 - 습도 높은 8월 포도 곰팡이병 피해 주의
· 농촌진흥청 - 장마 이후 노지작물 곰팡이병 집중 방제 당부
· 농촌진흥청 농사로 - 포도 곰팡이병(노균병 포함) 병징 상세정보
·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 이슬병(노균병) 등 병해 정보
· 한국유기농업학회지 - 석회보르도액 살포가 거봉포도 노균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자주 묻는 질문
Q1. 보르도액은 직접 만들어 써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석회와 황산구리 비율, 순도에 따라 약해가 생길 수 있어서 저는 처음엔 시판 제품으로 시작해보고 익숙해진 뒤에 직접 배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Q2. 비가림 하우스면 노균병 걱정 안 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저희도 비가림이지만 환기가 안 되면 하우스 안 습도가 오히려 더 높아져서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빗물 직접 노출만 없을 뿐 습도 관리는 똑같이 필요합니다.
Q3. 노균병 걸린 잎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따서 밭 밖으로 반출해 태우거나 묻는 게 원칙입니다. 밭에 그대로 두면 다음 해 병원균 밀도를 그대로 남겨두는 셈이 됩니다.
Q4. 예방 살포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저는 신초가 20~30cm 정도 자랐을 때부터 시작합니다. 그보다 늦으면 이미 감염 조건이 갖춰진 뒤라 예방 효과가 떨어집니다.
Q5. 약을 쳤는데도 계속 발생하면 뭐가 문제인가요?
저도 겪어본 상황인데, 대부분 같은 계열 약제만 반복해서 써서 내성이 생긴 경우였습니다. 계통이 다른 약제로 바꿔서 쳐보시고, 그래도 안 되면 통풍과 배수 상태부터 다시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노균병은 한 번 뒷면에 흰 곰팡이가 피고 나면 그 잎은 되돌릴 수 없는 병입니다. 그래서 이 병은 발생한 뒤 대응보다 발생하기 전 타이밍이 훨씬 중요합니다.
저도 장마철마다 예보를 보면서 방제 시기를 저울질하는데, 늦기보다는 하루 이르게 치는 쪽을 선택합니다.
오늘 당장 실천해볼 것 세 가지
1. 잎 뒷면을 뒤집어서 투명한 유탁 반점이 있는지 확인한다
2. 밭의 통풍이 막힌 구간(밀식, 웃자람 부위)을 찾아 곁순을 정리한다
3. 다음 장마 예보를 확인하고 비 오기 전에 방제 일정을 잡는다
· 노균병은 난균에 의한 병으로 빗물을 타고 잎 뒷면 기공으로 침입합니다
· 투명 반점 → 4~5일 뒤 황변 및 흰 곰팡이가 전형적인 진행 순서입니다
· 저온다습, 장마 직후, 밀식·통풍 불량이 발병을 부릅니다
· 탄저병은 과실 중심 주황빛 포자, 노균병은 잎 중심 흰 곰팡이로 구분합니다
· 예방은 보르도액과 통풍·배수 관리, 발생 시엔 침투이행성 약제가 우선입니다
· 같은 계열 약제 반복 사용은 내성을 유발하니 계통을 바꿔가며 살포하세요
이 글은 개인적인 농사 경험과 공개된 농업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약제 선택과 사용 기준은 반드시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 및 관할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