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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의 모든 것(1편) - 살충·살균·제초·전착제 용도와 구분 방법

키핑맨 2026. 8. 27. 16:01

목차


    농약 병뚜껑 색깔 하나 잘못 보고 약을 바꿔 치면, 그해 농사 절반은 그대로 날아갑니다.

    저도 포도 시작하고 2년 차 되던 해에 비슷한 일을 겪을 뻔했습니다. 농약사에서 급하게 두 가지 약을 사 왔는데, 뚜껑 색만 보고 대충 짐작해서 섞었다가 살포기 통 안에서 이상한 침전물이 생기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농약은 절대 대충 사고 대충 섞지 않습니다. 오늘은 6년 동안 포도밭 관리하면서 몸으로 익힌 농약 분류 기준과 구매할 때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농약 4대 분류, 살포 전 반드시 알아야 용도

    농약관리법 제2조에서는 농약을 균, 곤충, 응애, 선충, 잡초 등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대상을 방제하는 데 쓰는 약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크게 나누면 병원균을 잡는 살균제(殺菌劑), 해충을 잡는 살충제(殺蟲劑), 잡초를 잡는 제초제(除草劑), 그리고 작물의 생육을 조절하는 생장조정제로 구분됩니다. 여기에 약효를 도와주는 전착제 같은 보조제까지 합쳐서 흔히 '작물보호제'라고 부릅니다.

     

    처음 농사지을 때는 이 네 가지가 그냥 다 비슷한 '약'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밭에서 써보니 성질이 완전히 달라서, 하나만 잘못 알고 있어도 방제 시기를 통째로 놓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노균병이 번지기 시작했는데 살균제 대신 살충제를 챙겨서 밭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30분 걸려 하우스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약을 바꿔 온 그날의 허탈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 요약
    농약은 방제 대상에 따라 살균제·살충제·제초제·생장조정제로 나뉘고, 여기에 전착제 같은 보조제가 더해집니다. 밭에 올라가기 전 대상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시간과 약값을 지켜줍니다.

    살충제와 살균제, 병뚜껑 색깔로 구분하기

    [살충제와 살균제 구분은 뚜껑으로 가능]

    농약 병을 자세히 보면 뚜껑과 라벨 바탕색이 정해져 있습니다. 살균제는 분홍색, 살충제는 녹색, 제초제 중 선택성은 황색, 비선택성은 적색, 생장조정제는 청색, 기타 약제는 백색으로 포장됩니다(출처: 작물보호협회 자료).

     

    이 색깔 구분법을 안 이후로는 농약사에서 여러 병을 받아 와도 헷갈리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방제 계획 세울 때 노트에 색깔을 같이 적어둡니다. '이번 주는 녹색 뚜껑 두 개, 분홍 뚜껑 하나' 이런 식으로요.

     

    살포 방법도 다릅니다. 물에 희석해서 잎과 줄기에 뿌리는 경엽처리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저 같은 경우 포도나무는 잎이 넓어서 경엽처리 살포량을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20% 정도 늘려서 뿌립니다. 그래야 잎 뒷면까지 골고루 묻거든요.

     

    반면 입제나 분제처럼 물에 타지 않고 토양 표면에 직접 뿌리는 토양처리 방식도 있는데, 저는 정식 전 밭 갈아엎을 때 토양혼화처리 방식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두둑 만들기 전에 미리 섞어주는 방식이라 정식 시기와 타이밍을 맞추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구분 뚜껑 색 주요 방제 대상
    살균제 분홍색 노균병, 흰가루병 등 병원균
    살충제 녹색 진딧물, 응애 등 해충
    선택성 제초제 황색 특정 잡초만 제거
    비선택성 제초제 적색 모든 식물 제거

    정리하면, 뚜껑 색만 봐도 '병이냐 벌레냐'는 바로 구분됩니다. 초보 시절 저처럼 라벨을 안 읽고 색만 보고 사면 안 되지만, 색깔은 최소한의 실수를 막아주는 안전장치입니다.

    제초제 두 얼굴, 선택성과 비선택성

    제초제는 작동 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선택성 제초제는 작물은 놔두고 특정 잡초만 골라 죽이고, 비선택성 제초제는 닿는 식물을 가리지 않고 전부 고사시킵니다.

     

    포도밭 관리하면서 이 차이를 제대로 몰라서 크게 데인 적이 있습니다. 첫해 여름에 두둑 사이 통로에 비선택성 제초제를 뿌리다가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약제가 포도나무 아랫잎 쪽으로 튄 적이 있는데, 며칠 뒤 그 잎들이 누렇게 타 들어가는 걸 보고 정말 아찔했습니다.

     

    이렇게 작물에 원치 않는 피해가 생기는 걸 약해(藥害)라고 부릅니다. 약이 오히려 작물에 상처를 입히는 현상인데, 특히 비선택성 제초제를 쓸 때는 무풍 시간대를 골라야 하고 살포기 노즐을 낮게 잡아서 비산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걸 그 사건 이후로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그 뒤로는 통로 제초는 아침 이슬 마른 직후, 바람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만 작업하고, 나무 근처 1미터 안쪽은 아예 예초기로 돌립니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나무 잎 하나 태워먹는 것보다 낫다는 걸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요약 — 제초제는 작물까지 함께 죽이는지 여부로 선택성·비선택성이 갈립니다. 비선택성 제초제는 바람 방향과 시간대를 반드시 확인하고, 작물 인근에서는 사용을 피하는 게 안전합니다.

    전착제, 약효를 살리는 숨은 조연

    전착제(展着劑)는 그 자체로는 병해충을 죽이는 효과가 전혀 없는 보조제입니다. 대신 살균제나 살충제 같은 주성분이 잎 표면에 골고루 퍼지고 잘 달라붙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성분은 대부분 계면활성제인데, 여기서 계면활성제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두 물질 사이의 표면장력을 낮춰서 잘 퍼지게 만드는 물질을 말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

     

    포도는 잎 표면에 왁스층이 있어서 방제약이 겉돌고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 문제 때문에 전착제 없이 살균제만 뿌렸다가 흰가루병 방제 실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약은 분명 뿌렸는데 병이 그대로 번지길래 처음엔 약이 가짜인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농약사 사장님께 여쭤보니 포도 잎처럼 표면이 매끈한 작물은 전착제를 꼭 섞어야 약이 흘러내리지 않고 붙는다고 하시더군요. 그 뒤로는 살균제, 살충제 칠 때 전착제를 빠뜨린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전착제도 과하게 넣으면 오히려 문제가 됩니다. 저는 규정 희석배수보다 진하게 탔다가 잎 가장자리가 살짝 마르는 약해를 겪은 적이 있어서, 지금은 반드시 라벨에 적힌 배수를 정량으로 지켜서 씁니다.

    📌 요약
    전착제는 방제 효과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조연입니다. 잎 표면이 매끈한 작물일수록 필수이며, 정해진 희석배수를 넘기면 오히려 약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농약 구매, 아무 데서나 사면 안 되는 이유

    농약은 반드시 정식 농약판매업 등록을 마친 농약사나 농협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판매관리인 교육을 이수한 곳에서 사야 라벨이 위·변조되지 않은 정품인지, 내 작물에 등록된 농약인지 제대로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전면 시행된 PLS 제도(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때문에 구매할 때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PLS란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작물에 쓰면 잔류허용기준을 아예 0.01ppm이라는 극히 낮은 일률 기준으로 적용해버리는 제도로, 쉽게 말해 '등록 안 된 약을 쓰면 수확물이 사실상 폐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PLS 특별홈페이지).

     

    포도는 등록된 약제 목록이 다른 작물보다 까다로운 편이라, 저는 농약사에서 약을 살 때마다 "이거 샤인머스켓에 등록된 거 맞아요?"를 습관처럼 물어봅니다. 한번은 급한 마음에 그냥 사서 쳤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등록 작물이 '포도'가 아니라 '배'로 되어 있어서 식겁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실제 살포 전에 라벨을 다시 확인해서 사용은 안 했지만, 그때 이후로 농약안전정보시스템(PSIS) 사이트에서 작물명과 병해충명을 직접 검색해보고 등록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가격이 눈에 띄게 싸다고 트럭 이동판매나 출처 불분명한 경로로 사는 것도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라벨 인쇄 상태가 조잡하거나 정식 유통 경로가 아닌 농약은 안전사용기준 정보 자체가 부실한 경우가 많아서, 결국 방제 실패나 약해로 이어지는 걸 주변 농가에서도 몇 번 봤습니다.

    요약 — 농약은 반드시 정식 판매업소에서 구매하고, PLS 제도에 따라 내 작물에 등록된 약제인지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살포 전 반드시 챙겨야 할 안전수칙

    농약관리법 시행령 제19조는 농약 안전사용기준 다섯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적용대상 농작물에만 사용할 것, 적용대상 병해충에만 사용할 것, 정해진 사용방법과 사용량을 지킬 것, 정해진 사용시기와 횟수를 지킬 것, 사용대상자가 정해진 농약은 그 외의 사람이 쓰지 말 것입니다(출처: 농약관리법 시행령 자료).

     

    여기에 하나 더, 저는 작용기작도 꼭 확인합니다. 작용기작이란 농약이 병해충의 몸속 어떤 부위를 공격해서 죽이는지를 나타내는 작동 원리인데, 라벨에 숫자나 기호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같은 작용기작 농약만 계속 쓰면 해당 병해충이나 잡초가 그 약에 내성을 갖게 되기 때문에, 저는 방제 노트에 이번 살포에 쓴 약의 작용기작 번호를 적어두고 다음번엔 다른 번호로 바꿔서 씁니다.

     

    장비 쪽 실수도 한 번 크게 겪었습니다. 동력분무기 노즐을 청소 안 한 채로 다음 살포에 그대로 썼다가, 지난번 제초제 잔여물이 살균제와 섞여 나오면서 원치 않는 약해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제초제를 뿌린 분무기는 반드시 따로 두거나, 최소 세 번 이상 맑은 물로 헹궈서 완전히 비운 뒤에 다른 약을 탑니다.

     

    방제복과 보호구도 절대 빠뜨리지 않습니다. 여름 한낮에 방제복 입고 마스크까지 쓰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은데, 그래도 안 입고 뿌렸다가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가웠던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아무리 더워도 새벽이나 저녁 시간대로 옮겨서 완전무장하고 작업합니다.

     

    마지막으로 수확 전 마지막 살포일, 즉 안전사용기준에 나오는 '수확 며칠 전까지'라는 기준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기준을 어기면 잔류농약 검사에서 걸릴 수 있고, PLS 체계상 등록 여부와 별개로 잔류 문제로 출하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 요약
    안전사용기준 5원칙과 작용기작 확인, 분무기 세척, 보호구 착용, 수확 전 최종 살포일 준수까지 —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놓치면 방제 실패나 약해, 잔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농약 살포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살균제랑 살충제를 한 번에 같이 섞어서 뿌려도 되나요?
    같은 시기에 병과 벌레가 동시에 있다면 혼용 가능한 조합도 있지만, 저는 반드시 라벨에 표시된 혼용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예전에 확인 없이 섞었다가 통 안에서 침전물이 생긴 뒤로는, 혼용표를 확인 못한 약은 절대 같이 안 섞습니다.

     

    Q2. 전착제는 모든 농약에 다 넣어야 하나요?
    제 경험상 잎이 매끈한 포도, 배 같은 작물은 거의 필수로 넣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이미 전착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있어서, 이런 경우 추가로 넣으면 오히려 약해가 날 수 있으니 라벨에 전착제 첨가 여부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Q3. 비가 온다는데 그래도 농약을 뿌려야 하나요?
    저는 강수 예보가 있으면 무조건 살포를 미룹니다. 살포 후 최소 4~6시간은 약이 잎에 흡수될 시간이 필요한데, 비가 바로 오면 약효가 씻겨 내려가 헛방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보를 못 믿고 뿌렸다가 다음 날 씻겨서 다시 뿌린 적이 있습니다.

     

    Q4. 남은 농약, 오래 보관해도 되나요?
    희석해서 남은 약액은 저는 절대 다음날까지 보관하지 않고 그날 다 씁니다. 개봉한 원액도 서늘하고 직사광선 없는 곳에 보관하되, 유효기간이 지난 건 아깝더라도 폐농약 수거함에 정식으로 버립니다.

     

    Q5. PLS 때문에 헷갈리는데, 등록 여부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PSIS)에서 작물명과 병해충명을 직접 검색하면 등록된 약제 목록이 나옵니다. 저는 농약사에서 사기 전에도 스마트폰으로 미리 검색해보고 갑니다.

    오늘 당장 실천해 볼 행동 지침 3가지

    1. 지금 창고에 있는 농약병 뚜껑 색깔을 하나씩 확인하고, 어떤 게 살균제이고 살충제인지 노트에 정리해두기

    2. 다음 살포 전 농약안전정보시스템(PSIS)에서 내 작물에 등록된 약제인지 검색해서 확인하기

    3. 분무기 세척 여부와 살포 예정일의 날씨(강수, 풍속)를 반드시 함께 체크하기

    6년 동안 포도밭에서 농약을 치면서 느낀 건, 결국 사고는 '알면서 대충 넘긴 순간'에 난다는 것입니다. 뚜껑 색 하나, 라벨에 적힌 작용기작 번호 하나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 작은 확인 하나가 그해 농사 전체를 지켜줍니다.

     

    ※ 이 글은 개인의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성 글이며, 실제 농약 사용 시에는 반드시 제품 라벨의 안전사용기준과 농약안전정보시스템(PSIS)의 최신 등록 정보를 우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