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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저희 포도밭 한 구역에서만 유독 잎끝이 타들어가듯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병해인 줄 알고 살균제부터 쳤는데 전혀 안 먹혔습니다.
결국 토양 측정기를 꽂아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범인은 벌레도 곰팡이도 아니고 제가 직접 넣은 비료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전기전도도, 흔히 EC라고 부르는 이 수치를 매주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전기전도도(EC)란 대체 뭘까요
전기전도도, 줄여서 EC라고 부르는 이 수치는 쉽게 말해 흙 속에 녹아있는 염류와 비료 성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전기가 통하는 정도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전해질 이온, 그러니까 염류와 비료 성분이 많을수록 전기전도도는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단위는 dS/m를 쓰는데, 데시지멘스 퍼 미터라고 읽으며 예전에는 mmho/cm라는 단위를 쓰기도 했습니다. 숫자만 다를 뿐 같은 개념이라 헷갈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순수한 물은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지만, 비료를 녹인 물이나 염분이 섞인 물은 전기가 잘 통합니다.
저는 이걸 국물 요리에 비유해서 이해했습니다. 맹물에는 전기가 잘 안 통하지만 소금을 풀면 확 달라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EC 측정 방법, 침출법과 센서법 차이
EC를 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 차이를 몰라서 한참 헤맸습니다.
포화침출법은 흙에 물을 포화 상태로 부어 짜낸 용액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ECe라는 값으로 표기하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측정법입니다.
1:5 침출법은 국내 농업기술센터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방법인데, 흙과 물을 1대5 비율로 섞어 흔든 뒤 그 물을 측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센서를 밭에 직접 꽂아서 재는 현장측정법이 있는데, 흙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비교란 상태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해서 요즘 스마트팜 농가들이 많이 씁니다.
| 측정법 | 방식 | 특징 |
| 포화침출법(ECe) | 포화 상태로 물을 부어 침출 | 국제 표준, 시간과 장비 필요 |
| 1:5 침출법 | 흙:물 = 1:5 희석 후 측정 | 국내 농업기술센터 관행법 |
| 센서 현장측정법 | 비교란 상태로 직접 삽입 측정 | 즉시 확인 가능, 수분함량 영향 큼 |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자료를 보면, 같은 밭이라도 센서로 잰 현장측정값과 기존 토양분석법 값이 최대 2배에서 10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저도 센서로는 0.6 dS/m가 나왔는데 농업기술센터 정밀분석에서는 5 dS/m 가까이 나온 적이 있어서, 처음엔 기계가 고장 났나 의심했습니다. 알고 보니 측정법 자체가 다르니 당연한 차이였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한 가지 방법을 정해두고 그 방법으로만 꾸준히 재서 추이를 비교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방법을 이랬다저랬다 바꾸면 숫자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EC 관리가 중요한 진짜 이유
EC 관리를 소홀히 하면 결국 염류장해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염류장해란 흙 속에 쌓인 비료 찌꺼기나 염분이 뿌리의 수분 흡수를 방해해서 생기는 생리장해를 말합니다. 이름은 무섭지만 원인은 대부분 과도한 시비입니다.
시설 토마토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토양 EC를 1.0, 2.5, 5.0, 7.5 dS/m로 각각 다르게 조성해 재배했더니, EC 5.0 dS/m부터 생육이 뚜렷하게 억제되고 수량은 EC 1.0일 때보다 31%, EC 7.5에서는 41%까지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지).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일반 농경지의 토양 EC를 2 dS/m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토양분석법 기준값입니다.
뿌리·잎·열매와 EC의 상관관계
재미있는 건 EC가 뿌리, 잎, 열매에 미치는 영향이 순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토마토 실험을 보면 뿌리는 EC 5.0 dS/m까지는 생체중에 큰 차이가 없다가 7.5에서 급격히 줄어든 반면, 지상부 잎과 줄기는 그보다 먼저 반응했습니다. 잎의 수분퍼텐셜과 엽록소, 광합성 능력 모두 염류 농도가 높아질수록 억제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열매입니다. 같은 실험에서 EC 5.0 dS/m 이상 구간에서는 과실 당도가 오히려 5.2%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평균 과중은 EC 1.0일 때 129g이던 것이 EC 5.0에서는 92g으로 37g이나 가벼워졌습니다.
저희가 샤인머스켓 당도를 올리려고 황산칼륨이나 인산칼륨을 쓰는 것도 결국 이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당도를 끌어올리지만, 그 경계를 넘으면 알맹이 자체가 부실해지고 수확량이 무너집니다. 저는 이 균형점을 찾는 게 포도 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C 낮을 때 생기는 생육 문제
EC가 너무 낮으면 반대로 양분 부족이 문제가 됩니다. 잎 색이 옅어지고 신초 생장이 더뎌지며, 착과 자체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마철 지나고 나면 이 문제가 특히 자주 생깁니다. 작년 장마 직후에 EC를 재봤더니 평소 1.5 dS/m 나오던 구역이 0.4까지 뚝 떨어져 있었습니다. 비가 계속 씻어내리면서 비료 성분이 그대로 흘러가버린 겁니다.
상추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EC가 낮은 토양일수록 생육이 양호하고 수량도 늘었다는 결과가 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저EC가 아니라 적정 범위 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낮으면 결국 양분 결핍으로 이어집니다.
해결법은 단순합니다. 강우 뒤에는 반드시 EC를 재보고, 수치가 뚝 떨어져 있으면 완효성 비료보다는 빠르게 흡수되는 수용성 비료로 보충해주는 편이 효과가 빠릅니다. 다만 한꺼번에 많이 주지 말고 나눠서 주는 게 다시 급등을 막는 요령입니다.
EC 높을 때 염류장해와 대처법
제가 겪었던 그 잎끝 타는 증상이 바로 이겁니다. 이때 일어나는 현상이 삼투압 역전입니다.
원래는 뿌리 속 농도가 흙보다 높아서 물을 빨아들이는데, 흙의 염류 농도가 더 높아지면 반대로 뿌리 속 수분이 흙으로 빠져나가버립니다. 물을 줘도 시들시들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그때 살균제부터 쳤던 게 완전히 헛수고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병이 아니라 제가 준 비료가 문제였으니까요.
대처법은 첫째, 담수 처리입니다.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서 흙 속 염분을 씻어내리는 방법으로, 배수가 잘 되는 밭이라면 가장 확실합니다.
둘째, 비료 시용을 즉시 중단하고 최소 2~3주는 추가 시비를 쉬는 겁니다.
셋째, 유기물이나 석고 같은 자재를 넣어 토양 구조를 개선하면 염류가 아래로 빠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저희 밭의 EC 관리 요령

저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지점에서 EC를 재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밭 전체를 다 재기는 힘드니 저지대 쪽 배수가 안 좋은 구역과 하우스 안쪽 두 곳을 정해두고 그 지점만 꾸준히 관찰합니다.
작년 사고도 사실 예견된 거였습니다. 당도를 올려보겠다고 황산칼륨과 인산칼륨을 같은 날 함께 준 적이 있는데, 그 며칠 후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분 증발로 흙 속 염류 농도가 더 진해져버렸습니다.
평소 1.2 dS/m 나오던 구역이 3.8까지 뛰어있었고, 하필 그 구역이 리버사이드 저지대라 배수도 느려서 피해가 더 컸습니다.
그 뒤로는 시비 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하나는 시비 전후 일주일 날씨, 특히 강수량과 기온입니다. 건조하고 더운 날이 예상되면 시비량을 줄이거나 시기를 미룹니다.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비료를 몰아서 한 번에 주지 않는 겁니다. 나눠서 소량씩, 대신 자주 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EC가 급등하는 일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김천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정기적으로 맡기는데, 8월 말에 신청하면 다음 작기 계획을 세우기에 시기가 딱 맞아서 이 타이밍을 매년 지키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포도나무 적정 EC 수치는 얼마인가요?
작물마다 다르지만 일반 밭작물 기준 2 dS/m 이하가 권장 범위입니다. 다만 측정법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니 본인이 쓰는 방법의 기준값을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Q2. 측정기 없이 육안으로도 알 수 있나요?
물을 줬는데도 잎이 시든다거나 잎끝부터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증상이 있으면 고EC를 의심해볼 만합니다. 다만 병해와 헷갈리기 쉬워서 저는 결국 측정기로 확인하는 걸 추천합니다.
Q3. 장마철 이후에도 EC 관리가 필요한가요?
오히려 장마 직후가 더 중요합니다. 비가 양분을 씻어내려서 EC가 급격히 낮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는 장마 끝나고 꼭 한 번 재봅니다.
Q4. EC가 높으면 물만 많이 주면 해결되나요?
배수가 잘 되는 밭이라면 담수 처리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배수가 안 되는 저지대는 오히려 물이 고여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저희 밭처럼 저지대라면 배수로부터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Q5. 개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재시나요?
저는 센서 방식의 휴대용 EC 측정기로 평소 추이를 확인하고, 연 1~2회는 농업기술센터 정밀분석으로 교차 확인하고 있습니다. 두 값의 차이를 알고 있으면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결론
EC는 결국 흙이 지금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뿌리는 힘들어합니다.
저는 작년 그 사건 이후로 감이 아니라 숫자로 밭을 보는 습관이 생겼고, 그 뒤로는 비슷한 피해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늘 당장 실천해볼 것 세 가지
1. 밭에서 배수가 가장 안 되는 지점을 하나 정해서 EC를 재본다
2. 최근 일주일 사이 준 비료 종류와 양을 적어본다
3. 다음 시비 전에 일주일치 날씨를 확인한다
· EC는 흙 속 염류·비료 농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 측정법(포화침출법, 1:5법, 센서법)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 국내 권장 기준은 2 dS/m 이하(기존 분석법 기준)입니다
· 고EC는 삼투압 역전으로 뿌리가 물을 못 빨아들이게 만듭니다
· 저EC는 양분 부족, 특히 장마 직후 자주 발생합니다
· 시비는 몰아서 하지 말고 날씨를 보며 나눠서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농사 경험과 공개된 농업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시비 처방은 반드시 관할 농업기술센터의 토양검정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