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는 많이 넣을수록 땅이 좋아진다." 저도 처음 몇 해는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어요. 그런데 해마다 우분 퇴비를 꾸준히 부었는데도, 토양검정 결과지에 찍힌 유기물 수치는 여전히 낮았어요. 오히려 pH와 칼슘·마그네슘이 넘친다는 결과가 나왔죠. 그때부터 퇴비를 '그냥 거름'이 아니라 성분과 등급이 있는 비료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포도 수확이 끝나고 밑거름을 준비하는 지금이 퇴비를 고르기 딱 좋은 때예요. 포대 성분표 읽는 법부터 부숙도, 등급, 사용량 계산까지 제가 직접 부딪히며 정리한 내용을 풀어볼게요.퇴비란? 유기질비료와 헷갈리는 이유퇴비는 짚, 낙엽, 가축분뇨 같은 유기물을 쌓아 발효시킨 거름이에요. 옛날 말로는 두엄이라고 하죠. 그런데 농자재 가게에 가면 퇴비, 가축분퇴비, 혼합유박, 혼합유기질..
작년까지 멀쩡하던 포도나무가 올해 알이 덜 찼다면, 범인은 여름이 아니라 작년 가을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 밑거름, 즉 기비는 한 해 농사의 기초공사거든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포도 수확이 막바지로 접어든 지금이 딱 내년 기비를 고민할 타이밍입니다. 저도 처음엔 동네 어르신들 따라 우분 퇴비만 관행적으로 넣었어요. 그러다 몇 년 전부터 광어플러스와 얼라이브로 바꿨는데, 과실에서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김천 포도밭에서 6년 동안 직접 부딪히며 정리한 기비 종류, 시기, 주의사항을 한 번에 풀어볼게요.기비(밑거름)란? 웃거름과 다른 점기비(基肥)는 한자 그대로 '기초가 되는 거름'이에요. 작물을 심거나 새로운 생육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땅속에 넣어두는 거름이라서 순우리말로 밑거름이라고 부릅니다. 반대..
바람 한 번 불었는데 멀쩡해 보이던 가지가 툭 부러졌습니다. 부러진 단면을 보니 속이 텅 비어 있고 눈 부위 근처 표피가 거뭇하게 변색돼 있더군요. 포도호랑하늘소였습니다.포도호랑하늘소란? (풍뎅이류와는 다릅니다)먼저 헷갈리기 쉬운 부분부터 짚고 갈게요. 풍뎅이류는 딱정벌레목 풍뎅이과에 속하고, 주로 밤에 날아와 잎이나 꽃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가해합니다. 반면 포도호랑하늘소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는 완전히 다른 곤충으로, 성충이 아니라 유충이 줄기 속을 파먹으며 자라는 천공성 해충입니다.포도호랑하늘소는 1980년대 초반부터 국내 포도밭에서 꾸준히 문제가 돼온 대표적인 줄기 해충입니다. 연 1회 발생하고, 가해 부위 속에서 2~3령 유충으로 겨울을 납니다.같은 하늘소과라도 참나무하늘소는 주로 참나무류를..
멀쩡하던 새순이 하루아침에 축 늘어졌습니다. 잘라보니 줄기 속이 텅 비어 있고 그 안에 애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더군요. 범인은 포도유리나방이었습니다.포도유리나방이란?포도유리나방은 이름 그대로 날개가 투명한 나방인데, 실제로 밭에서 문제가 되는 건 나방 자체가 아니라 그 유충(애벌레)입니다. 포도나무 줄기 속을 파먹으며 자라는 해충으로, 오래전부터 포도나무의 주요 해충으로 꼽혀왔습니다.연 1회 발생하는데, 생활사가 좀 특이합니다. 고추 같은 가지속 식물의 줄기 속에서 유충 상태로 겨울을 나고, 4월 하순에서 5월 상순 사이 번데기가 됐다가 5~6월 상순에 성충(다 자란 나방)으로 우화합니다. 우화란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말합니다.성충은 밤에 활동하면서 신초(새로 ..
나무 줄기에 회색 진흙처럼 굳은 덩어리가 붙어 있으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그 안에 알이 400개 넘게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흙 튄 자국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다음 해 봄에 크게 당했습니다.매미충류란? (꽃매미가 대표적)포도밭에서 흔히 매미충이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샤인머스켓 농가에서 실제로 가장 자주, 가장 크게 문제 되는 건 꽃매미(Lycorma delicatula)입니다. 매미목 꽃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중국에서 유입된 외래해충인데,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전국 포도 주산지로 빠르게 퍼졌습니다.크기는 성충 기준 몸길이 15mm 안팎으로, 앞서 다뤘던 포도쌍점애매미충(3mm 안팎)보다 훨씬 큽니다. 날개를 펼치면 붉은 무늬가 보여서 '주홍날개꽃매미'라는 이름으..
잎 뒷면에 흰 솜뭉치 같은 게 붙어 있어서 곰팡이인 줄 알고 살균제를 쳤습니다. 씻어도 안 지워지길래 자세히 보니, 그 밑에서 작은 벌레가 튀어 도망가더라고요. 미국선녀벌레였습니다.미국선녀벌레란? 미국선녀벌레(학명 Metcalfa pruinosa)는 노린재목 선녀벌레과에 속하는 외래 해충입니다. 원산지는 북미 대륙인데, 국내에는 2009년 서울과 밀양에서 처음 발견된 뒤로 해마다 발생 면적이 늘고 있습니다.제가 처음 본 흰 솜뭉치는 이 벌레의 왁스분비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몸을 보호하려고 스스로 뿜어내는 하얀 밀랍 같은 분비물인데, 벌레 자체보다 이 하얀 덩어리가 먼저 눈에 띄어서 병해로 착각하기가 정말 쉽습니다.기주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도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만 62과 150여 종의 식물을 가해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