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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모종 한 판 값이 아까워서 저렴한 걸 골랐다가 절반이 죽어나간 경험, 텃밭 농사 좀 지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6년째 밭농사를 지으면서 고추만큼은 매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실패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청양고추와 꽈리고추, 그리고 요즘 인기가 부쩍 늘어난 모닝고추까지 세 가지를 나란히 심어보면서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봤습니다.

청양고추 텃밭 재배, 매운맛의 비밀
저희 밭은 원래 논이었던 땅을 밭으로 개간해서 만든 곳이라 토양 산도 관리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청양고추는 토양산도(pH) 6.0~6.5 정도의 약산성 흙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토양산도란 흙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를 숫자로 나타낸 값으로, 쉽게 말해 흙의 '컨디션'을 재는 지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첫해에는 이걸 몰라서 그냥 심었다가 고추가 비실비실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청양고추가 매운 이유는 스코빌지수(SHU)가 높기 때문인데, 이는 고추의 매운맛 강도를 숫자로 환산한 척도로 청양고추는 대략 10,000 SHU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위키피디아 - Cheongyang chili pepper). 작년 여름에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뿌리 쪽에 물이 고여 역병이 온 적이 있었는데요, 역병이란 습한 환경에서 곰팡이균이 뿌리와 줄기를 썩게 만드는 병으로, 한번 걸리면 포기 전체가 순식간에 시들어버립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두둑 높이를 무조건 30cm 이상으로 만듭니다.
요약 : 청양고추는 물빠짐이 생명입니다. 두둑을 높게, 배수로를 넓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역병 발생률이 확 줄어듭니다.
꽈리고추 심는 시기와 재배 요령
꽈리고추는 저희 집에서는 볶음용으로 주로 쓰는데, 청양고추보다 순하고 껍질이 얇아서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정식(아주심기) 시기는 중부지방 기준 5월 상순에서 중순 사이가 적당한데, 정식이란 육묘상에서 키운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작업을 말합니다.
2년 전에는 날씨가 좋다고 방심하고 4월 말에 서둘러 심었다가 갑자기 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저온장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저온장해란 작물이 감당하기 어려운 낮은 온도에 노출돼 생육이 멈추거나 잎이 마르는 현상인데, 그때 심은 스무 포기 중 여섯 포기가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 뒤로는 반드시 밤 최저기온이 15도 이상 안정된 걸 확인하고서야 정식을 합니다.
꽈리고추는 다른 품종과 가까이 심으면 꽃가루가 섞여 이상한 모양의 열매가 열리기도 해서, 저는 청양고추 두둑과 최소 1.5m 이상 간격을 두고 심습니다. 이 부분은 농사로에서도 품종 간 교잡 예방을 위해 이격 재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요약 : 꽈리고추는 정식 타이밍이 절반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밤 기온부터 확인하세요.
모닝고추 특징과 오이고추 차이
모닝고추는 사실 저도 작년에 처음 심어봤습니다. 오이고추를 개량한 품종이라 과육이 두툼하고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도는 게 특징인데, 쌈장에 찍어 먹으면 매운맛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손님 오실 때 내놓기 딱 좋더라고요.
재배 방식 자체는 일반 고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과피가 단단한 편이라 웃거름(추비) 시기를 놓치면 열매가 잘 굵어지지 않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웃거름이란 심은 뒤 자라는 도중에 추가로 주는 비료를 말하는데, 저는 정식 후 35~40일 간격으로 총 세 번 나눠서 줍니다.
| 구분 | 매운맛 | 용도 | 재배 난이도 |
|---|---|---|---|
| 청양고추 | 매움 (약 10,000 SHU) | 찌개, 양념 | 중~상 |
| 꽈리고추 | 순함 | 볶음, 찜 | 중 |
| 모닝고추 | 거의 안 매움 | 쌈, 생식 | 중 |
세 가지 고추 병해충 관리 비교
Q. 세 품종 중에 병충해에 제일 약한 건 어떤 거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으로는 청양고추입니다.
A. 열매가 촘촘히 달리는 만큼 통풍이 나빠지기 쉽고, 총채벌레 피해도 잦았습니다. 총채벌레는 잎 표면을 갉아먹어 은백색 반점을 남기는 아주 작은 해충으로, 바이러스병을 옮기는 매개체이기도 해서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총채벌레를 방치했다가 인접해 있던 꽈리고추까지 바이러스병이 옮겨붙어서 결국 세 포기를 뽑아내야 했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는 아주심기 전 등록약제로 예방 방제를 한 번 하고 시작합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자료에서도 정식 전 방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RDA).
요약 : 병해충은 발생 후 대응보다 정식 전 예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웃거름 주는 시기와 방법
세 품종 모두 재배 기간이 길다 보니 밑거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웃거름은
1차는 포기 옆에 구덩이를 파서,
2차는 포기 사이 고랑에,
3차는 뿌리가 넓게 퍼진 두둑 가장자리에
순서대로 나눠 주는 게 제가 6년간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방식입니다. 한 번에 몰아서 많이 주면 오히려 뿌리가 상하는 비료장해가 생길 수 있으니 소량씩 나눠 주는 게 요령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1. 텃밭 규모가 작은데 세 품종 다 심어도 될까요?
A. 가능합니다. 다만 품종 간 최소 1m 이상 간격을 두셔야 꽃가루 교잡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제 텃밭도 6평 남짓인데 간격만 지키면 문제없었습니다.
Q2. 고추가 열매를 맺다가 갑자기 떨어져요.
A. 낙과 현상인데, 제 경우엔 웃거름 시기를 놓쳤을 때 특히 심했습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나 물 부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Q3. 모종을 직접 씨앗부터 키우는 게 나을까요?
A. 텃밭 규모라면 비추천입니다. 육묘에만 70~80일이 걸려서, 저도 시판 모종을 사다 심는 쪽이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Q4. 장마철에 꼭 챙겨야 할 게 있나요?
A. 배수로 정비입니다. 제가 역병으로 한 해 농사를 절반 가까이 날려본 뒤로는 장마 전에 무조건 고랑부터 다시 파냅니다.
Q5. 세 품종 중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건 무엇인가요?
A. 모닝고추를 추천합니다. 병충해에 비교적 강하고 실패해도 부담이 적어서 저도 초보 시절엔 이쪽부터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올해 실천해 볼 행동 지침 세 가지만 남겨봅니다.
첫째, 정식 전에는 반드시 밤 최저기온을 확인할 것.
둘째, 두둑은 무조건 30cm 이상 높게 만들 것.
셋째, 웃거름은 한 번에 몰아주지 말고 세 번 나눠 줄 것.
말로는 간단해 보여도 직접 겪어보기 전엔 와닿지 않는 것들입니다. 이 글이 텃밭에서 고추 농사 시작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텃밭 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지역 및 기후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