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게 열매 달던 샤인머스켓을 뿌리째 뽑았어요. 1~2년 소득이 사라질 걸 알면서도요. 작년 11월, 수확이 끝나자마자 하우스 안 나무들을 하나씩 뽑아냈어요. 굴착기는 철골 파이프 사이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체인블록은 삼각대를 세울 자리가 없어서 결국 동력운반기에 밧줄을 걸어 당기는 방법을 택했죠. 이번 글은 레드클라렛을 심으려고 샤인머스켓 나무를 벌근한 개원 과정 기록이에요. 왜 뽑았는지, 어떻게 뽑았는지, 뽑은 나무와 뿌리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리고 직접 하며 확인한 안전 수칙까지 정리했습니다.벌근과 개원, 용어부터 정리먼저 용어부터 짚고 갈게요. 벌근(伐根)은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는 작업이에요. 현장에서는 굴착이라고도 불러요. 개원(開園)은 과수원을 새로 조성하는 일이고, 이미 있던 과원의 나무..
농사는 땅이 아니라 손과 허리로 짓는다는 걸, 6년 하고 나서야 제대로 알았어요. 밭에 나가면 가장 먼저 닿는 건 흙이 아니라 장갑이에요. 장비 하나를 잘못 고르면 손목이 먼저 나가고, 보호구 하나를 빼먹으면 농약이 먼저 몸에 들어와요. 이번 글은 제가 6년 동안 창고에 하나씩 채워온 농사 필수 물건 모음이에요. 전동가위, 전기분무기, 저울, 장화, 손수레부터 삽·호미·갈퀴, 온도계까지 쓰임새와 고르는 요령을 정리했어요. 조사하다 발견한 '추가로 챙기면 좋은 물건'도 함께 담았습니다.▲ 제 창고와 밭에서 매일 쓰는 농사 필수 장비들 (전동가위·전기분무기·저울·장화·손수레·장갑·비료와 농약·삽과 갈퀴) 농사 필수 장비, 몸이 먼저입니다농사는 어떤 작물을 키우든 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하는 일이에요. 가지..
35만 원짜리 작업대를 주문하려다가, 회사 점심시간 탁구 한 게임이 모든 걸 바꿔놨어요. 과수 농가라면 수확철마다 똑같은 고민을 해요. 포장 작업을 어디서, 무엇 위에서 할 것인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하자니 몸이 남아나질 않고, 제대로 된 작업대를 맞추자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철 지나면 그 큰 덩치를 어디에 둘지가 더 큰 문제예요. 이번 글은 제가 5년째 쓰고 있는 작업대 이야기예요. 주문제작, 책상 조합, 그리고 제가 선택한 작업대까지, 비용과 보관 문제를 비교해 보고, 실제로 포도 포장할 때 쓰는 무게별 분류 꿀팁까지 공개할게요.포장 작업대, 왜 필요할까어떤 과수 농가든 수확기가 되면 출하를 위한 포장 작업을 거쳐요. 송이를 고르고, 다듬고, 무게를 맞춰 상자에 담는 일이죠. 이 작업을 바닥에 쭈그려..
교과서엔 '무엇을 하라'가 적혀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덜 힘든지'는 밭에서만 배워요. 작년 가을 가을묘를 받아두던 날부터 지금 10월까지, 레드클라렛 160주와 꼬박 한 해를 보냈어요. 정식하고, 신초를 고르고, 주지를 눕히고, 7월 말 적심까지. 그 과정에서 "이렇게 하니까 훨씬 편하더라" 싶었던 작은 요령들이 쌓였어요. 포도나무 키우기 시리즈의 마지막 12편이에요. 앞의 11편에 다 담지 못한 유목 작업 꿀팁을 모으고, 첫해 1년을 돌아보며 시리즈를 마무리할게요.꿀팁 1. 정식 날 물은 동력분무기 호스로▲ 정식 날 동력분무기 호스를 끌어와 둔덕 안에 물을 가둬 주는 모습 5편에서 정식 직후 첫 물은 점적호스가 아니라 물 호스로 둔덕 안에 흠뻑 가둬 주라고 했어요. 그런데 160주를 일반 정원용 호스..
성목은 잎 몇 장 잃어도 버티지만, 유목은 신초 마디 하나 잃으면 한 해 농사가 멈춰요. 이 시리즈를 쓰면서 병충해 이야기를 몇 번이나 꺼냈는지 몰라요. 6편 청벌레 방제 주기, 1편 덩굴손의 병원균 월동, 9편 늦자람과 그늘의 병 발생까지. 그만큼 유목 관리에서 병충해는 모든 작업과 엮여 있어요. 포도나무 키우기 시리즈 11편은 유목 병충해 관리를 한데 모은 편이에요. 어린 나무가 왜 더 위험한지, 가장 큰 위협인 청벌레와 노균병, 제가 실제로 쓰는 살충제·살균제, 그리고 같은 계통 약을 피하는 교호 살포 요령까지 정리했습니다.유목 병충해, 성목과 무엇이 다를까유목 병충해 관리의 핵심은 한 문장이에요. 어린 나무는 잎과 줄기가 약하고 연하기 때문에, 바로 이 연한 부분을 좋아하는 균과 벌레를 집중적으로..
유목이 죽는 이유는 물이 모자라서보다 물이 넘쳐서인 경우가 더 많아요. 그리고 그 판단은 날짜가 아니라 흙이 알려줘요. 포도는 가뭄에도 습기에도 강한 과수라고 하지만, 그건 뿌리가 깊고 넓게 자리 잡은 성목 이야기예요. 갓 심은 유목은 뿌리가 작아서 조금만 마르거나 조금만 질척해도 금방 티가 나요. 그래서 첫해 물관리는 "얼마나 자주"보다 "내 밭 흙이 어떤 흙인가"부터 시작해야 해요. 포도나무 키우기 시리즈 10편은 유목 물관리 요령이에요. 토성 확인법, 주먹 쥐기 테스트, 사양질 밭인 제 밭의 월별 관수 주기, 그리고 물 주기를 자동으로 돌려주는 요일타이머를 고르는 전자 엔지니어의 기준까지 정리했습니다.유목 물관리, 성목과 무엇이 다를까충북 포도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포도는 습해와 건조에 강한 과수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