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저희 포도밭 한 구역에서만 유독 잎끝이 타들어가듯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습니다.병해인 줄 알고 살균제부터 쳤는데 전혀 안 먹혔습니다.결국 토양 측정기를 꽂아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범인은 벌레도 곰팡이도 아니고 제가 직접 넣은 비료였습니다.그날 이후로 전기전도도, 흔히 EC라고 부르는 이 수치를 매주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전기전도도(EC)란 대체 뭘까요전기전도도, 줄여서 EC라고 부르는 이 수치는 쉽게 말해 흙 속에 녹아있는 염류와 비료 성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전기가 통하는 정도로 나타낸 지표입니다.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전해질 이온, 그러니까 염류와 비료 성분이 많을수록 전기전도도는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단위는 dS/m를 쓰는데, 데시지멘스 퍼 미터라고 읽으며..
트랙터 한 대 값이 수천만 원인데, 1년에 며칠 쓰려고 그 돈을 다 쓸 농가는 많지 않습니다. 저도 밭을 처음 만들 때 돌이 너무 많아서 트랙터와 돌수집기를 급하게 구해야 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게 농기계임대사업소였습니다. 그 뒤로 6년째 매년 이용하고 있는데, 신청 절차나 반납 규정을 제대로 모르고 갔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겪은 대로 신청부터 반납까지 정리해봅니다.농기계임대사업소란 어떤 곳인가농기계임대사업소란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트랙터, 관리기, 파쇄기 같은 고가의 농기계를 대량으로 구입해두고, 농가가 필요할 때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쓸 수 있게 운영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03년부터 전국 시·군 단위로 확대돼왔고, 현재 전국 ..
비료값만 매년 늘어나는데 포도알 굵기는 그대로다 싶으시면, 원인은 비료가 아니라 흙 속에 있을 확률이 큽니다. 저도 포도밭 6년 차가 되어서야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정식 토양검정을 받아봤고,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나서야 그동안 나무가 왜 힘들어했는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직접 흙을 채취해서 김천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고 받은 처방서를 근거로, 토양검정 준비 과정과 결과 읽는 법을 그대로 적어봅니다.토양검정이란 무엇인가토양검정이란 밭의 흙을 채취해서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작물에 필요한 비료의 종류와 양을 정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고 부족한 영양소를 처방받는 것과 똑같은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여기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
우리 아버지는 지금도 포도나무 밑동에 설탕물을 붓는다. 스테비아를 타서 관주하실 때도 있다. 옆에서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드려도 "옛날부터 다 이렇게 했다"는 말로 끝난다. 그런데 이 방법, 식물 생리학적으로 보면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다. 왜 안 되는지부터 짚고, 진짜 효과가 있는 방법을 정리한다.아버지의 설탕물, 과학적으론 왜 틀렸나뿌리는 물과 무기 이온(질소, 칼륨, 칼슘 같은 미네랄 형태)을 흡수하는 기관이다. 설탕(자당) 같은 유기 분자는 분자 크기가 커서 뿌리 세포막을 그대로 통과해 들어가지 못한다. 포도알의 당분은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뒤 체관(식물 내부에서 양분을 운반하는 통로, 사람으로 치면 혈관 같은 역할)을 타고 알갱이 쪽으로 이동해서 쌓이는 것이다. 뿌리로 설탕물을 부어..
"10말짜리 드릴까요, 25말짜리 드릴까요?" 농약사에서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리터나 g 단위가 익숙한 저한테 '말'이라는 단위는 그냥 외계어였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쌀이나 곡식 잴 때 쓰던 개념이라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그래서 용기 내서 물어봤습니다. "1말이면 18리터 말하는 거예요?" 그러자 농약사 사장님이 웃으면서 "말통 1개요"라고 정정해주셨습니다. 농약을 아무리 잘 골라도, 물에 제대로 희석하고 제대로 살포하지 못하면 다 소용없습니다. 오늘은 앞서 소개한 살충제, 살균제, 전착제를 실제로 어떻게 물에 타고, 어떻게 뿌리는지 6년 동안 몸으로 익힌 현장 노하우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농약 단위부터 정리, 말통과 리터의 차이전통적인 '한 말'은..
전착제 하나 넣고 안넣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효과 차이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포도 잎처럼 표면에 왁스층이 있는 작물은 전착제 없이는 약이 제대로 안붙는것 같더라구요. 전착제는 살충제·살균제·제초제처럼 병해충이나 잡초를 직접 죽이는 약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게 빠지면 다른 약의 효과 자체가 반토막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6년 동안 포도밭에서 전착제를 쓰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착제의 역할과 종류, 제가 실제로 쓰는 제품들까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전착제란 무엇인가, 약을 붙여주는 조연전착제(展着劑)는 농약의 주성분을 식물체나 병해충 표면에 잘 퍼지고 잘 달라붙게 만들어주는 보조제입니다. 그 자체로는 벌레나 병균을 죽이는 효과가 전혀 없고, 주성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