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막걸리 한 병이, 만 원짜리 살충제보다 일을 더 잘할 때가 있습니다.포도 수확철이 다가오면 하우스에 시큼달큼한 막걸리 냄새가 퍼집니다. 처음엔 동네 어르신들이 페트병에 막걸리 담아 나무에 거는 걸 보고 "저게 무슨 효과가 있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직접 걸어보고 사흘 만에 병 바닥에 나방과 풍뎅이가 수북이 쌓인 걸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막걸리 트랩은 약을 뿌리지 않고 해충 성충을 한곳으로 불러 모아 잡는 친환경 방제법입니다. 재료 비율, 구멍 크기, 거는 높이, 교체 시기만 제대로 맞춰도 효과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6년 동안 포도밭에서 직접 걸어보며 실패하고 고쳐온 방법을 그대로 적어봅니다.[사진: 포도 하우스에 걸어둔 막걸리 트랩]막걸리 트랩 원리, 나방·파리가 몰리는 이유막걸..
여러 개의 새순이 동시에 올라올 때, 다 키우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하나만 남기는 것. 유목 첫해 농사는 거기서 시작돼요. 정식하고 2주쯤 지나면 묘목 마디마디에서 연둣빛 새순이 터져 나와요. 반가운 마음에 그냥 두고 싶지만, 이때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첫해에 주간이 얼마나 굵고 길게 자라는지가 갈려요. 이 시기엔 청벌레라는 복병도 함께 찾아오고요. 포도나무 키우기 시리즈 6편은 정식 초기 주간부 관리 편이에요. 신초 정리, 부초와 덩굴손 제거, 유인끈 묶는 시기와 방법, 청벌레 방제 주기, 그리고 손으로 확인하는 물관리까지 레드클라렛 160주를 키운 경험으로 정리했습니다.4월 중순, 눈이 트면 주간부 관리 시작4월 초에 정식한 가을묘는 4월 중순경부터 눈이 터서 신초가 나오기 시작해요. 1편에서..
매년 지베렐린 1차 처리를 하려고 화수를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진딧물이 붙어있습니다.처음엔 저것도 진드기 종류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진딧물과 진드기는 아예 계통이 다른 벌레였습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오랫동안 헷갈렸던 게 저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진딧물이란? (진드기와는 다른 벌레)진딧물은 곤충입니다. 다리 여섯 개, 몸이 머리·가슴·배로 나뉘는 전형적인 곤충 구조를 가지고 있고, 식물의 즙을 빨아 먹는 노린재목에 속합니다.반면 흔히 헷갈리는 진드기, 그러니까 응애는 곤충이 아니라 거미나 전갈과 같은 절지동물 무리, 즉 다리가 여덟 개인 거미강에 속합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무리인 셈입니다.저도 몇 년 전까지는 그냥 뭉뚱그려서 벌레라고만 불렀는데, 진딧물은 침 같은 입으로..
올해 새로 심은 레드클라렛 유목의 신초가 하루아침에 뚝 끊겨 있는 걸 봤을 때, 저는 바람 탓인 줄 알았습니다.자세히 보니 끊어진 자리가 너무 매끈했습니다. 바람에 부러진 게 아니라 누군가 갉아 먹은 자국이었습니다. 범인은 청벌레, 그중에서도 파밤나방 애벌레였습니다.청벌레란?청벌레는 특정 종을 가리키는 정식 명칭이 아니라, 몸 색깔이 초록빛을 띠는 나방류 애벌레를 농가에서 편하게 부르는 통칭입니다.농업인신문 자료에서도 포도 재배 현장에서 청벌레는 곧 파밤나방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하며, 모든 생육기에 발생해 잎과 열매를 갉아 먹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업인신문).저도 처음엔 그냥 초록색 벌레를 뭉뚱그려서 청벌레라고 불렀는데, 몇 년째 겪다 보니 이게 사실은 파밤나방이라는 특정 나방의 유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