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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 방울 안 왔는데 잎에 밀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면, 그건 병이 아니라 관리 소홀의 증거일 확률이 큽니다.
저도 처음엔 먼지인 줄 알고 손으로 쓱 닦아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그 자리에 또 하얗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게 흰가루병과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흰가루병이란 무엇인가
흰가루병은 백분병이라고도 부르는데, 포도에서는 운시눌라 네카토르라는 병원균이 원인입니다. 요즘은 국제적으로 에리시페 네카토르라는 이름으로도 함께 불립니다.
이 병원균의 특징은 노균병이나 탄저병과 달리 진짜 물기, 그러니까 잎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있지 않아도 습도만 있으면 자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비 한 방울 안 오는 건조한 날씨에도 흰가루병은 얼마든지 번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제일 크게 착각했습니다. 장마철에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흰가루병은 오히려 장마가 끝나고 건조하면서 습도만 높은 애매한 날씨에 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흰가루병에 걸리는 원인과 대표 증상들

가장 큰 원인은 통풍 불량입니다. 밀식 재배나 강전정을 하지 않아 나무 속이 빽빽한 밭, 질소 비료를 과하게 줘서 잎이 웃자란 밭에서 특히 잘 생깁니다.
농업인신문 자료에서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면서 전반적으로 약제 살포가 극히 적거나 없는 경우에 흰가루병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농업인신문). 예방 살포를 안 하고 방치하는 밭일수록 발생이 잦다는 뜻입니다.
증상은 처음엔 정말 미묘합니다. 잎이나 새순, 어린 줄기에 작고 둥근 흰 반점이 하나둘 생기다가 이게 빠르게 커지고 서로 합쳐지면서 잎 전체가 흰색 또는 회색 가루로 뒤덮인 것처럼 보입니다.
심해지면 감염된 잎이 위쪽으로 말리거나 쭈글쭈글해지고, 결국 누렇게 변하다 일찍 떨어집니다. 열매에 옮으면 표면이 그물처럼 갈라지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서 상품성에 직격탄입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던 자리는 하필 나무 안쪽, 잎이 가장 빽빽하게 겹치는 그늘진 구역이었습니다.
바깥쪽 햇빛 잘 드는 잎은 멀쩡한데 안쪽 그늘진 잎에만 하얗게 올라와 있어서, 처음엔 정말 밀가루 반죽하다 흘린 건가 싶을 정도로 낯설었습니다. 손으로 닦아내니 하얀 가루가 손끝에 묻어났고, 그 다음날 같은 자리에 다시 하얗게 올라온 걸 보고서야 병이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흰가루병이 좋아하는 환경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이 병원균은 상대습도 75~96% 구간에서 포자 형성이 가장 활발하고, 포자 발아와 초기 균사 생장은 26도, pH 5.0 조건에서 가장 좋았습니다(출처: 한국식물병리학회 관련 연구).
여기서 균사란 곰팡이의 몸통을 이루는 실 모양의 조직을 말하는데, 이 균사가 잎 표면 위로 뻗어나가면서 우리 눈에 하얀 가루처럼 보이는 겁니다.
정리하면 흰가루병은 노균병처럼 잎이 흠뻑 젖어있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늘지고 통풍 안 되는 곳에 적당한 습도만 유지되면 조용히 퍼져나갑니다.
저희 밭에서 문제가 됐던 구역도 곁순 정리를 미루고 미루다 놔뒀던 자리였습니다. 잎이 겹치면서 안쪽은 항상 그늘이었고, 바람이 잘 안 통하니 습도가 그 자리에만 계속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곁순 정리를 미룬 대가를 그렇게 치른 셈입니다.
흰가루병 예방 방법
| 구분 | 제품/방법 | 비고 |
| 등록 살균제 | 디페노코나졸 유제 | 포도 흰가루병 방제효과 우수(농촌진흥청 확인) |
| 친환경 자재 | 유황제(황수화제) | 감염 전 예방 살포용 |
| 재배 관리 | 곁순 정리, 질소 시비 조절 | 통풍 확보가 핵심 |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자료에서는 포도 흰가루병에 등록된 살균제 중 디페노코나졸 유제가 방제효과가 가장 우수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농업인신문,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병해관리연구).
친환경 재배를 하시는 분들은 유황제를 감염이 생기기 전에 예방 목적으로 미리 뿌려두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다만 같은 기사에서 지적하듯, 약제 대신 뿌리는 자재에 당분이 포함돼 있으면 오히려 미생물 증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신초가 자라기 시작하면 곁순 정리 주기를 아예 달력에 표시해두고 미루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약보다 통풍 확보가 먼저라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흰가루병 발생 시 방제 방법
발생을 확인한 뒤 제가 처음 썼던 약은 예전에 노균병에 썼던 보호살균제였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흰 가루만 닦아내면 될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새로 올라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흰가루병은 침투이행성 약제, 그러니까 약 성분이 잎 조직 안으로 흡수돼서 이미 자리 잡은 균사까지 억제하는 방식의 약제가 필요했습니다. 겉면만 코팅하는 보호살균제로는 이미 파고든 부분에는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업계 자료를 보면 피리오페논과 보스칼리드 성분을 함유한 '피리오' 액상수화제가 포도를 포함한 여러 작물의 흰가루병 전문약으로 등록돼 있고, 침투이행성이 우수해서 병이 발병한 뒤에 처리해도 병반 형성과 포자를 억제하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출처: 영농자재신문). 같은 자료에서는 잿빛곰팡이병과 흰가루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더블플레이' 과립훈연제도 밀폐된 시설하우스용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뒤로 약을 바꾸고 나서야 확산이 멈췄고, 곁순을 추가로 잘라 안쪽까지 약액이 닿도록 살포 방향도 바꿨습니다. 안쪽 그늘진 잎까지 약이 골고루 묻게 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흰가루병 관련 전문 자료 링크
· 농업인신문 - 포도 흰가루 증상 및 디페노코나졸 방제효과(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 흰가루병(백분병) 병해 정보
· 한국 관련 학술자료 - 포도 흰가루병균 포자 형성·발아 환경 연구
· 영농자재신문 - 시설재배 잿빛곰팡이병·흰가루병 전문약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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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1. 비가 안 왔는데도 흰가루병이 생길 수 있나요?
네, 오히려 그런 경우가 더 흔합니다. 저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때 발생한 경험이 있어서, 비가 안 왔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Q2. 흰 가루를 물로 씻어내면 되나요?
당장은 깨끗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닙니다. 저도 손으로 닦아냈다가 다음날 같은 자리에서 다시 올라온 걸 겪었습니다.
Q3. 나무 전체를 다 살펴봐야 하나요?
저는 특히 안쪽 그늘진 잎, 잎이 겹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확인합니다. 바깥쪽만 보면 초기 증상을 놓치기 쉽습니다.
Q4. 열매에도 옮으면 어떻게 되나요?
열매 표면이 갈라지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상품성에 큰 타격을 줍니다. 저는 잎에서 발견하는 즉시 방제해서 열매까지 번지지 않도록 신경 씁니다.
Q5. 유황제만으로 충분한가요?
예방 단계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이미 발생한 뒤라면 저는 침투이행성 전문약제로 바꿔서 대응합니다. 상황에 따라 자재를 구분해서 쓰는 게 낫습니다.
결론
흰가루병은 화려하게 터지는 병이 아니라 조용히 그늘 속에서 번지는 병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예찰할 때 바깥쪽보다 안쪽 그늘진 잎을 먼저 들춰봅니다.
곁순 정리를 미루지 않는 것, 그게 제가 이 병에서 배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었습니다.
오늘 당장 실천해볼 것 세 가지
1. 나무 안쪽, 잎이 겹치는 그늘진 부위를 뒤집어 흰 반점 유무를 확인한다
2. 밀린 곁순 정리 일정을 오늘 잡아서 통풍부터 확보한다
3. 약장에 있는 약제가 침투이행성인지 보호살균제인지 성분표로 확인한다
· 흰가루병은 물기 없이도 습도만으로 번지는 운시눌라 네카토르균에 의한 병입니다
· 작은 흰 반점 → 확산 → 가루 형태 → 잎말림·조기낙엽 순으로 진행됩니다
· 상대습도 75~96%, 26도 안팎, 그늘지고 통풍 안 되는 밀식 구역이 최적 환경입니다
· 예방은 디페노코나졸 유제, 유황제 예방살포와 곁순 정리 병행입니다
· 발생 시엔 침투이행성 전문약제(피리오 등)로 전환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 시설하우스는 더블플레이 과립훈연제 같은 밀폐형 제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농사 경험과 공개된 농업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약제 선택과 안전사용기준은 반드시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 및 관할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