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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색기에 장마가 겹치면 탄저병은 옵니다.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넓게 오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도 작년에 그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틀 연속 장맛비가 오고 난 다음날 아침, 포도알 표면에 검은 점 몇 개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일주일 만에 한 줄을 통째로 잃었습니다.
탄저병이란 무엇인가
포도 탄저병은 예로부터 만부병이라고도 불렸는데, 병원균은 글로메렐라 신귤라타이며 불완전세대로는 콜레토트리쿰 글로에오스포리오이데스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름이 길고 복잡하지만 요점은 하나입니다. 이 균은 어린 열매에도 감염될 수 있지만 증상은 한참 뒤인 성숙기, 그러니까 포도알이 착색되는 시기에 가서야 나타납니다.
이걸 잠복감염이라고 부르는데, 감염은 이미 초여름에 됐는데 증상은 8월 착색기가 되어서야 겉으로 드러나는 겁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시점에 방제를 시작하면 이미 반 박자 늦은 셈입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자료에서도 이 병원균의 생육 온도는 7도에서 37도까지로 폭넓고, 발병에 가장 좋은 온도는 28도 부근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탄저병의 대표 증상들

농사로 자료를 보면 탄저병 진행 순서가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처음에는 과실 표면에 검은 점이 생기고 이어서 연한 갈색의 둥근 무늬로 번지며, 병반이 커지면서 약간 습기를 띠고 움푹하게 들어갑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습도가 높은 날에는 이 병반 위에 주황빛 분생포자가 다량으로 형성되는데, 여기서 분생포자란 병원균이 무성적으로 만들어내는 번식 세포를 말합니다. 육안으로는 마치 오렌지색 젤리 같은 작은 알갱이가 병반 위에 맺힌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작년에 봤던 첫 증상이 정확히 이거였습니다.
8월 둘째 주, 이틀 내리 장맛비가 오고 난 다음날 아침에 밭을 둘러보는데 한 송이에서 알 두세 개 표면에 까만 점이 콕콕 박혀 있었습니다. 처음엔 새가 쪼아 먹은 자국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새들이 워낙 자주 와서 그런 흔적에 무뎌져 있었거든요.
사흘 뒤에 다시 보니 그 까만 점들이 갈색 둥근 무늬로 번져있었고, 습기 찬 아침에는 병반 위로 정말 오렌지빛 알갱이가 맺혀 있는 게 육안으로도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탄저병이 좋아하는 환경
탄저병은 고온다습, 특히 착색기와 장마철이 겹치는 조건을 가장 좋아합니다. 학술 자료에서도 만부병은 포도의 착색기부터 장마가 오면 격발하는 병해라고 명시하고 있고, 국내에서 피해가 크고 방제가 어려운 병으로 꼽힙니다(출처: 한국응용곤충학회지).
비슷한 병인 감 탄저병 관련 자료에서도 습도 85% 이상, 평균 기온 26도 정도가 최적 발병 조건이며 빗물을 타고 어린 가지나 과실로 전염된다고 설명합니다.
저희 밭은 리버사이드 저지대라 장마철에 습도가 유독 오래 머무는 지형입니다. 게다가 작년 그 사건이 있었던 구역은 하필 배수가 가장 느린 끝자락이었습니다.
비 온 뒤 물이 안 빠지고 이틀씩 고여 있던 자리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 구역만 유독 심하게 번진 게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상처나 표피의 작은 틈을 통해서도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새가 쪼아 먹은 흔적이나 알이 서로 부딪혀 생긴 미세한 상처도 침입 통로가 됩니다.
탄저병 예방 방법
예방의 첫걸음은 봉지재배입니다. 오래전 국내 연구에서도 봉지를 씌운 구역이 씌우지 않은 구역보다 만부병 방제 효과가 뚜렷하게 높았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출처: 한국응용곤충학회지). 봉지가 빗물과 포자의 직접 접촉을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 구분 | 제품/방법 | 비고 |
| 일반 등록약제 | 나티보, 실바코플러스, 실바코(수화제), 프린트 | 포도 탄저병 적용 등록약제 |
| 친환경 자재 | 석회보르도액, 석회유황합제, 동제 | 예방 위주, 발병 전 살포 |
| 물리적 방법 | 봉지재배(유대) | 빗물·포자 직접 접촉 차단 |
등록약제 정보는 작물보호제 판매사의 방제력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나티보와 실바코플러스, 실바코 수화제, 프린트 등이 포도 탄저병 적용약제로 안내되어 있습니다(출처: 작물보호제 방제력 자료).
저는 여기에 더해서 병든 과실을 발견 즉시 제거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병반 하나에서 나오는 분생포자 수가 수천만 개에 달한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약을 치는 것보다 병든 알을 손으로 따서 밭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게 더 확실하다고 느꼈습니다.
탄저병 발생 시 방제 방법
작년 그 사건 이후로 제가 저지른 실수를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증상을 확인한 날 바로 약을 치긴 쳤는데, 마침 창고에 남아있던 노균병용 약제를 그대로 썼습니다. 계통이 다른 병인데 급한 마음에 손에 잡히는 걸로 처리한 겁니다. 사흘이 지나도 진행이 멈추지 않았고, 그제야 탄저병 적용약제인 나티보로 바꿔서 다시 살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줄 서른 그루 가운데 여덟 그루에서 상품성을 잃은 송이가 나왔습니다. 약을 바꾸는 데 사흘을 허비한 대가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첫째, 병 증상을 봤을 때 바로 그 병에 맞는 등록약제인지 성분표를 확인하고 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둘째, 같은 계열 약제를 연속으로 쓰지 않고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치는 교호살포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교호살포란 말 그대로 계통이 다른 약제를 순서대로 바꿔가며 뿌리는 방법인데, 최근 딸기 탄저병 연구에서도 이 방식이 방제 효과는 물론 저항성 발생 지연에도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온 바 있습니다(출처: 도농업기술원 약제 선발 연구).
정확한 등록약제와 안전사용기준은 재배 품종과 수확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서 확인 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탄저병 관련 전문 자료 링크
아래는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한 공신력 있는 자료들입니다. 직접 원문을 확인하시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 농촌진흥청 농사로 - 포도 곰팡이병(탄저병 포함) 발생 피해 주의
·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 병해충 정보
· 경북매일 - 장마철 과수 탄저병 발생 증가 관련 기사
· 한국응용곤충학회지 - 포도 만부병 방제 시험 논문
자주 묻는 질문
Q1. 착색기 전에는 방제 안 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증상이 착색기에 나타날 뿐 감염 자체는 그전에 이루어지는 잠복감염형 병이라, 착색기 이전부터 예방 살포를 해두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Q2. 병든 알만 따내면 나머지는 안전한가요?
당장의 확산은 줄일 수 있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저도 병든 알을 제거한 뒤에도 같은 송이의 다른 알에서 며칠 뒤 증상이 나온 적이 있어서, 제거 후에도 등록약제 살포를 함께 병행합니다.
Q3. 봉지를 씌우면 약을 안 쳐도 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봉지는 물리적 차단 효과가 크지만 봉지를 씌우기 전 이미 감염이 됐을 수도 있어서, 저는 봉지 씌우기 전 예방 살포는 반드시 하고 넘어갑니다.
Q4. 탄저병과 새 쪼임 흔적을 구분하는 법이 있나요?
제가 헷갈렸던 부분인데, 새 쪼임은 상처 부위가 날카롭고 불규칙한 반면 탄저병은 둥글고 매끈하게 병반이 퍼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안쪽이 움푹 들어갑니다. 며칠 간격으로 다시 확인해보면 진행 여부로 확실히 구분됩니다.
Q5. 매년 같은 구역에서만 발생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 밭이 딱 그런 경우인데, 배수가 느린 저지대라 습기가 오래 머무는 구역이 반복해서 문제가 됩니다. 근본적으로는 배수로를 정비하는 게 약을 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결론
탄저병은 눈에 보이는 순간 이미 감염은 한참 전에 끝나 있는 병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착색기가 다가오면 증상이 없어도 예방 살포 일정을 먼저 잡아둡니다.
작년의 실수 이후로 확실히 배운 건, 급할수록 약장에서 손에 잡히는 걸 쓰는 게 아니라 성분표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십 초가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당장 실천해볼 것 세 가지
1. 착색기가 다가오는 밭이라면 등록약제로 예방 살포 일정을 먼저 잡는다
2. 배수가 느린 저지대 구역을 표시해두고 장마 뒤 우선적으로 살펴본다
3. 약장에 있는 약제의 적용 병해를 성분표로 한 번 다시 확인한다
· 탄저병은 초여름 감염, 착색기 증상 발현의 잠복감염형 병입니다
· 검은 점 → 갈색 둥근 무늬 → 병반 함몰 → 주황빛 분생포자 순으로 진행됩니다
· 고온다습, 착색기와 장마의 겹침, 배수 불량이 주요 발병 조건입니다
· 예방은 봉지재배 + 등록약제 예방 살포 + 병든 과실 즉시 제거입니다
· 발생 시엔 정확한 적용약제 확인이 우선이며, 교호살포로 저항성을 관리해야 합니다
· 나티보, 실바코플러스, 실바코 수화제, 프린트 등이 포도 탄저병 등록약제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농사 경험과 공개된 농업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약제 선택과 안전사용기준은 반드시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 및 관할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