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지금도 포도나무 밑동에 설탕물을 붓는다. 스테비아를 타서 관주하실 때도 있다. 옆에서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드려도 "옛날부터 다 이렇게 했다"는 말로 끝난다. 그런데 이 방법, 식물 생리학적으로 보면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다. 왜 안 되는지부터 짚고, 진짜 효과가 있는 방법을 정리한다.아버지의 설탕물, 과학적으론 왜 틀렸나뿌리는 물과 무기 이온(질소, 칼륨, 칼슘 같은 미네랄 형태)을 흡수하는 기관이다. 설탕(자당) 같은 유기 분자는 분자 크기가 커서 뿌리 세포막을 그대로 통과해 들어가지 못한다. 포도알의 당분은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뒤 체관(식물 내부에서 양분을 운반하는 통로, 사람으로 치면 혈관 같은 역할)을 타고 알갱이 쪽으로 이동해서 쌓이는 것이다. 뿌리로 설탕물을 부어..
8월 중순, 결과지마다 매달린 포도송이를 손으로 받쳐보면 감이 온다. 지금부터 뭘 넣어주느냐에 따라 한 달 뒤 브릭스(Bx,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15에서 끝날지 19를 넘길지가 갈린다. 나는 6년째 이 시기마다 같은 조합을 쓴다. 그 이유를 오늘 풀어본다.송이 크기와 당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송이 많이 달고, 송이 폼도 크고, 알도 굵고, 당도도 높고, 식감도 좋고, 게다가 조기 수확까지. 이 여섯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농가는 내가 아는 한 없다.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서 그렇다. 폼 크고 알 굵은 송이를 만들려면 나무 한 그루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당은 붙지 않는다. 반대로 결과지 하나에 한 송이씩만 남기고 무게를 눌러주면 나무가 그 한 송이에만 양분을 몰아주니 당도든 식감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