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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결과지마다 매달린 포도송이를 손으로 받쳐보면 감이 온다. 지금부터 뭘 넣어주느냐에 따라 한 달 뒤 브릭스(Bx,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15에서 끝날지 19를 넘길지가 갈린다. 나는 6년째 이 시기마다 같은 조합을 쓴다. 그 이유를 오늘 풀어본다.
송이 크기와 당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
송이 많이 달고, 송이 폼도 크고, 알도 굵고, 당도도 높고, 식감도 좋고, 게다가 조기 수확까지. 이 여섯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농가는 내가 아는 한 없다.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서 그렇다. 폼 크고 알 굵은 송이를 만들려면 나무 한 그루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당은 붙지 않는다. 반대로 결과지 하나에 한 송이씩만 남기고 무게를 눌러주면 나무가 그 한 송이에만 양분을 몰아주니 당도든 식감이든 확실히 좋아진다.
나는 결과지 1개당 1송이, 송이 무게는 750g을 넘기지 않도록 관리한다. 알 크기를 억지로 키우려고 질소를 과다 투입(웃자람과 착색 지연을 부르는 원인)하면 겉보기는 그럴싸해도 당은 절대 그만큼 안 붙는다. 이건 6년 동안 몇 번이나 확인한 부분이다.
송이 수·크기·당도는 동시에 최대치를 가질 수 없다. 나는 결과지당 1송이, 750g 이하로 제한해 당도 쪽에 무게를 실었다.
2차 지베렐린 이후 시비 스케줄 정리
2차 지베렐린(무핵과 유도와 비대를 돕는 생장조절제, 씨 없는 알을 키우고 굵기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처리가 끝나면 그때부터 7~10일 간격으로 황산칼륨, 황산마그네슘 + 동물성 아미노산을 관주(뿌리 쪽 토양에 액비를 직접 부어주는 방식)와 옆면 살포로 번갈아 넣어준다.
그런데 8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지금부터는 조합을 바꾼다. 아미노산과 황산칼륨을 빼고 황산마그네슘과 제1인산가리 조합만 7~10일 간격으로 넣는다. 시기별로 뭘 넣고 뭘 빼는지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 시기 | 투입 자재 | 목적 |
|---|---|---|
| 2차 지베렐린 직후 | 황산칼륨, 황산마그네슘+동물성 아미노산 | 알 비대, 초기 생장 |
| 8월 중순~수확 전 | 황산마그네슘, 제1인산가리 | 당도·식감·숙기 촉진 |
농사로에서 소개한 샤인머스켓 상품성 향상 요령을 보면, 가지 하나에 500~700g짜리 한 송이 정도로 무게를 조절해야 향과 당도가 살고 저장양분 부족으로 인한 동해도 막을 수 있다고 나온다. (출처: 농촌진흥청)
지베렐린 처리 직후엔 생장 위주, 8월 중순 이후엔 당도·식감 위주로 시비 성분을 완전히 갈아탄다.
황산마그네슘과 제1인산가리 조합 이유
왜 아미노산과 황산칼륨을 빼는지 궁금해할 텐데, 이유는 단순하다.
아미노산에는 질소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시기에 질소가 많이 들어가면 착색과 당 축적이 늦어진다. 나도 초반에는 아미노산을 끝까지 안 끊고 가다가 옆 나무보다 착색이 열흘 가까이 늦어진 적이 있다. 그때 잎만 짙푸르고 알은 늦게까지 신맛이 도는 걸 보고 나서야 질소가 발목을 잡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황산칼륨을 빼는 이유는 겹치기 때문이다. 제1인산가리 안에도 칼륨 성분이 이미 들어 있어서, 여기에 황산칼륨까지 얹으면 칼륨이 중복 과다 투입된다.
칼륨과 칼슘, 이 두 영양소가 지나치게 많으면 껍질이 두꺼워진다. 껍질째 먹는 샤인머스켓 특성상 이건 치명적이다. 아무리 당도가 18브릭스를 넘어도 껍질이 질기면 소비자 입장에선 식감 나쁜 포도로 남는다. 실제로 예년에 칼슘, 칼륨을 과다하게 준 구역의 포도를 따로 시식해봤더니, 당도계 수치는 비슷했는데 껍질을 씹는 느낌이 확연히 뻑뻑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이 자재를 절대 두 가지 이상 겹쳐 쓰지 않는다.
반대로 마그네슘과 인산은 당도와 식감을 함께 밀어주는 영양소다. 마그네슘은 잎의 광합성 능력을 유지시켜 당을 계속 만들어내게 하고, 인산은 당분을 알갱이 쪽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조합을 꾸준히 넣으면 당도뿐 아니라 숙기(수확까지 걸리는 기간)도 앞당겨져서 이른 수확까지 가능해진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샤인머스켓 재배 기준을 보면, 개화 후 최소 120일의 생육기간을 채우고 당도 18브릭스 이상, 적정 송이무게 700g 이하를 지켜야 정상 출하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출처: 농촌진흥청 농촌지방소식)
이 시기에 칼륨·칼슘은 껍질을 두껍게 만들고, 마그네슘·인산은 당과 식감을 함께 끌어올린다는 것, 이 한 문장이 이번 조합의 전부다.
*** 토양 관주(시비) 시: 인산가리와 황산마그네슘은 길항 작용이 있으니 한 번에 다량 투입하지 말고, 3~5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번갈아 가며 시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엽면시비 시: 두 제재를 낮은 농도(보통 500~1,000배액)로 묽게 타서 사용할 때는 혼용이 가능하나, 기온이 높거나 물의 양이 적을 때는 되도록 단용 살포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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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지 1송이, 750g 이하가 정답인 이유
송이 무게는 결국 알 개수와 알 크기의 곱이다. 알을 억지로 키우면 무게가 늘고, 알을 많이 남기면 역시 무게가 늘어난다. 나는 이 무게를 750g 아래로 눌러서 나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남긴다.
| 송이 무게 | 체감 당도 경향 | 식감 |
|---|---|---|
| 900g 이상 | 15~16브릭스대 정체 | 껍질 다소 씹힘 |
| 700~750g | 18~20브릭스 | 아삭함 유지 |
알을 무조건 크게 키우고 싶은 유혹은 나도 매년 든다. 시장(공판장)에서는 알 크기부터 보니까. 그런데 그 유혹에 넘어가서 질소를 더 넣었던 해에는 당도계 수치가 오히려 떨어졌다. 그 뒤로는 알 크기보다 무게 상한선을 지키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송이 무게 750g 이하를 지키는 게 알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당도와 식감 확보에 확실하다.
궁금할 만한 것들, Q&A로 정리
Q1. 황산마그네슘, 제1인산가리는 관주와 엽면살포 중 뭐가 더 효과적인가요?
저는 관주 위주로 하되 흐린 날이나 비 예보 전엔 엽면살포를 섞습니다. 뿌리 흡수가 느릴 때는 잎으로 바로 넣는 게 반응이 빠르더라고요.
Q2. 아미노산을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완전히 끊습니다. 저는 8월 중순부터 수확 전까지는 아미노산 자재는 창고에 넣어둡니다. 미련 갖다가 착색 늦어진 경험이 있어서요.
Q3. 결과지 하나에 두 송이가 붙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저는 미련 없이 하나를 솎아냅니다. 두 송이를 다 살리면 결국 둘 다 당도가 애매하게 나옵니다.
Q4. 750g을 넘긴 송이는 버려야 하나요?
버리기보다는 알솎기로 다시 무게를 줄입니다.
Q5. 이 시비 조합, 다른 품종에도 적용되나요?
캠벨이나 거봉에도 원리는 비슷하게 적용될 겁니다. 다만 저는 샤인머스켓과 올해 새로 심은 레드클라렛 기준으로만 검증해봤고, 레드클라렛은 내년 첫 수확이라 아직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정리하며
6가지를 다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하나를 확실히 택하는 게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다. 나는 당도와 식감을 택했고, 그 선택의 실행 도구가 결과지당 1송이·750g 제한, 그리고 8월 중순 이후의 황산마그네슘+제1인산가리 조합이다.
핵심 요약
① 송이 수·크기·당도는 동시에 최대치를 가질 수 없다 ② 8월 중순부터는 아미노산·황산칼륨을 빼고 황산마그네슘, 제1인산가리만 7~10일 간격 투입 ③ 칼륨·칼슘 과다는 껍질을 두껍게 만든다 ④ 결과지 1송이, 송이 무게 750g 이하가 당도 18브릭스 이상을 만드는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