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샤인머스켓 박스를 택배차에 실어 보내는 날, 저는 그날부터 내년 농사를 시작합니다.비가림 하우스 포도는 보통 10월 말이면 수확이 끝나는데, 저희 밭은 10월 중순쯤 마무리되는 편이에요. 수확이 끝나면 솔직히 몸도 마음도 축 늘어져서 한동안 밭에 안 나가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6년 농사지으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어요. 내년 봄에 싹이 고르게 트느냐, 꽃송이가 튼실하게 달리느냐는 바로 지금, 수확 직후 한 달에 결정된다는 겁니다. 제가 매년 이 시기에 빠짐없이 하는 일들을 순서대로 풀어볼게요.포도 수확 후 관리, 10월이 내년 농사인 이유수확 후 관리의 핵심은 딱 하나, 저장양분입니다. 저장양분이란 잎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과 영양분을 가지와 뿌리에 비축해 두는 것으로, 쉽게 말해 나무가 겨..
"가을엔 석회 한 번 쳐야지." 이 말 따라 뿌렸다가 포도 꽃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 저는 토양검정 결과지를 받고서야 알았어요. 토양개량제는 비료처럼 작물을 직접 먹이는 게 아니라, 흙의 체질을 바꾸는 자재예요. 그래서 맞는 밭에 쓰면 보약이고, 안 맞는 밭에 쓰면 독이 됩니다. 나라에서 무상으로 나눠주니 "공짜니까 뿌리자"가 되기 쉬운데, 그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에요. 기비 시리즈 5편은 석회, 용성인비, 규산질, 붕산까지 토양개량제를 끝까지 파봤어요. pH가 높고 칼슘·마그네슘이 넘치는 제 포도밭 이야기도 함께 풀어볼게요.토양개량제란? 비료와 다른 점토양개량제는 흙의 산도나 물리·화학적 성질을 바로잡아 작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자재예요. 정부 토양개량제 지원사업도 유효규산이 낮거나 산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