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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한 조각을 깜빡했다가 모래가 중심관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던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지난 편에서 부품 6가지를 다 갖췄다면, 이제 진짜 조립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샌드 필터를 완성한 순서 그대로, 여과사 선택부터 밸브 결합까지 단계별로 풀어보겠습니다.

여과사 입도, 세사·중사·왕사 중 무엇을 골랐나
탱크와 부속품이 준비됐다면 다음은 여과재인 모래 차례입니다. 이 모래를 업계에서는 흔히 여과사라고 부르는데, 알갱이 크기에 따라 세사, 중사, 왕사로 구분됩니다.
세사는 알갱이가 가장 가늘어서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낼 수 있지만 그만큼 물이 통과하는 속도가 느리고 쉽게 막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왕사는 알갱이가 굵어서 물은 잘 통과시키지만 걸러내는 정밀도는 떨어집니다.
저는 이 중간 지점인 중사로 준비했습니다. 실제로 급속 여과용 모래의 국제적인 선정 기준을 보면, 유효경 0.45~0.70mm, 균등계수 1.7 이하 범위를 표준으로 삼고 있는데, 여기서 균등계수란 모래 알갱이 크기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값이 낮을수록 입자 크기가 균일하다는 뜻입니다(출처: 특허청 - 여과사 세정 방법과 그 시스템).
1단계 샌드 필터의 목적은 굵은 이물질을 먼저 걸러서 뒤에 오는 제철·제망간 필터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너무 곱지 않으면서도 웬만한 부유물은 잡아줄 수 있는 중사가 제 상황에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과사 성분과 품질 기준, 구매 시 확인할 점
여과사를 고를 때 입도만큼 중요한 게 성분입니다. 시중 여과사 제품 대부분은 석영질, 즉 SiO2(이산화규소) 함량이 90% 이상인 규사를 원료로 씁니다. 순도가 높을수록 강도가 세고 화학약품에 대한 내산성도 좋아서, 지하수처럼 산성이나 미네랄 성분이 섞인 물을 오래 통과시켜도 잘 부스러지지 않습니다.
순도가 낮은 저품질 모래를 쓰면 역세척을 반복하는 동안 알갱이가 조금씩 깨지면서 미세 분말이 생기고, 이 분말이 오히려 물을 탁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과사 품질 기준을 보면 세정 탁도 30도 이하, 염산 가용율 3.5% 이하라는 수치도 함께 제시되는데, 여기서 염산 가용율이란 염산에 얼마나 잘 녹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산에 잘 견디는 단단한 모래라는 뜻입니다(출처: 특허청 - 여과사 세정 방법과 그 시스템).
저는 여과사를 구매할 때 판매처에 SiO2 함량과 염산 가용율 수치를 물어보고 비교했습니다. 가격만 보고 저렴한 모래를 골랐다가 몇 달 만에 뿌옇게 탁해지는 사례를 주변에서 들은 적이 있어서, 이 부분은 조금 비싸더라도 확인하고 넘어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중심관·하부스트레이너 결합과 탱크 삽입
본격적인 조립은 중심관에 하부스트레이너를 끼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중심관은 정수된 물이 빠져나가는 유일한 통로이고, 하부스트레이너는 그 입구를 감싸서 여과재가 딸려 들어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두 부품을 결합할 때는 나사산이 헐겁지 않게 끝까지 잘 잠기는지 손으로 직접 흔들어보면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결합이 헐거운 줄 모르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물을 채웠을 때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나서 다시 분리해 조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결합된 중심관을 FRP 탱크 안에 그대로 세워 넣습니다. 탱크 바닥 중앙에 있는 구멍에 하부스트레이너가 정확히 안착하는지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모래 유입 방지, 중심관 상부 테이핑 요령
이 단계가 이번 조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중심관을 탱크에 세운 뒤에는 반드시 중심관 상부 구멍을 비닐테이프로 완전히 막아줘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래를 탱크 안에 부을 때 입자 몇 알이라도 중심관 안으로 들어가버리면, 나중에 밸브를 필터 모드로 돌렸을 때 그 모래가 정수된 물과 함께 그대로 밖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첫째, 테이프는 한 겹으로 얇게 붙이지 마시고 두세 겹으로 겹쳐서 완전히 밀봉해주세요.
둘째, 테이프 가장자리가 살짝이라도 들뜨면 그 틈으로 모래가 스며들 수 있으니 손으로 눌러 밀착시켜주세요.
저도 예전에 이 부분을 대충 처리했다가, 나중에 밸브를 열었을 때 미세한 모래알이 배관 끝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는 걸 보고 뒤늦게 원인을 찾아 다시 분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한 단계만 확실히 지켜도 나중에 다시 뜯는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여과사 채우기, 60% 룰과 역세척 공간
테이핑이 끝났다면 이제 모래를 채울 차례입니다. 탱크 입구가 좁아서 모래를 그냥 붓기 어려운데, 저는 깔때기나 신문지를 원뿔 모양으로 말아 탱크 입구에 꽂아서 사용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흘리는 양이 확 줄어서 훨씬 수월했습니다.
모래는 탱크 용량의 60% 정도까지만 채우고 멈춰야 합니다. 여기서 나머지 40%는 그냥 비워두는 공간이 아니라, 역세척 모드로 물을 역류시킬 때 여과재가 위로 부풀어 오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만약 탱크 가득 모래를 채워버리면, 역세척을 돌려도 모래층이 팽창할 여유가 없어서 안에 낀 이물질이 제대로 씻겨 나가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아깝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이 채우고 싶었는데, 이 원리를 알고 나서는 딱 60% 선에서 멈추는 게 오히려 필터 수명을 늘려준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 여과사 종류 | 특징 |
|---|---|
| 세사 | 미세 여과에 유리하나 통수 속도 느림, 막힘 잦음 |
| 중사 (제가 선택) | 여과력과 통수 속도의 균형, 1단계 여과에 적합 |
| 왕사 | 통수 속도는 빠르나 미세 이물질 여과력 낮음 |
상부스트레이너·밸브 결합과 최종 조립
모래 채우기가 끝나면 아까 막아뒀던 중심관 상부 구멍의 비닐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벗겨냅니다. 이때 테이프 접착 부분에 모래가 묻어있으면 완전히 털어낸 뒤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 상부스트레이너를 밸브에 결합합니다. 상부스트레이너와 밸브가 하나로 조립된 상태에서, 이 조립체를 중심관 위에 정확히 끼워 넣고 탱크 입구 나사산에 맞춰 돌려서 고정합니다.
여기까지 마치면 FRP 샌드 필터 본체 조립은 끝난 셈입니다. 이후에는 밸브의 입수구와 출수구 사이즈에 맞는 니플을 이용해 호스나 파이프를 연결하면 실제로 물을 흘려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니플이란 관과 관, 또는 관과 밸브를 이어주는 짧은 연결용 배관 부속을 뜻하는데, 규격이 안 맞으면 물이 새기 쉬우니 밸브 사양표에 나온 사이즈를 꼭 확인하고 구매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샌드 필터 조립 자주 묻는 질문
Q1. 중심관에 모래가 조금 들어가도 괜찮지 않나요?
저는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실제로 예전에 소량이 새어 들어갔을 때도 배관 끝에서 미세하게 모래가 나오는 걸 확인했던 경험이 있어서, 테이핑은 절대 대충 하시면 안 됩니다.
Q2. 모래를 60%보다 더 채우면 정수력이 더 좋아지지 않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역세척 공간이 부족해지면 장기적으로 여과 효율이 떨어집니다. 정해진 비율을 지키는 게 결국 더 오래,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Q3. 신문지로 깔때기를 만드는 게 정말 도움이 되나요?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부었다가 탱크 밖으로 흘린 모래가 꽤 많았는데, 신문지 깔때기를 쓴 뒤로는 손실량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Q4. 상부스트레이너와 밸브 조립 순서가 바뀌면 안 되나요?
반드시 상부스트레이너를 밸브에 먼저 결합한 뒤 중심관에 끼우는 순서를 지키셔야 합니다. 순서가 바뀌면 결합 자체가 제대로 안 되거나 나사산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Q5. 니플 규격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밸브 제품 사양표에 입수구와 출수구 규격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저는 자재상에 밸브 모델명을 그대로 알려주고 맞는 니플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구매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 직접 조립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이 세 가지만큼은 꼭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중심관 상부는 테이프로 두세 겹 확실하게 밀봉하세요.
둘째, 모래는 탱크 용량의 60% 선을 넘기지 마세요.
셋째, 조립이 끝나면 물을 흘려보내기 전에 각 결합부를 한 번씩 더 손으로 흔들어 헐거운 곳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테이프 한 조각 깜빡했던 그날의 실수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이 과정을 누구보다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2단계인 제철·제망간 필터를 조립하는 과정과, 샌드 필터와는 어떻게 다른 여과재를 쓰는지 이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본 글은 필자의 실제 조립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사용하시는 탱크 및 밸브 규격에 따라 세부 조립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시공은 제품 설명서와 전문 업체 상담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