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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8일 오후 1시, 저는 대한항공 KE951편을 타고 두바이를 거쳐 이스라엘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5시간쯤 지났을 때, 하늘 위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로또 1등 확률보다 낮을 것 같은 이 경험, 오늘은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대한항공 KE951편 이란전쟁 회항 실화
제가 탄 KE951편은 인천을 출발해 두바이로 향하는 노선이었습니다. 이스라엘 고객사를 방문하기 위해 두바이를 경유해서 들어가는 일정이었죠. 25년 넘게 전자회로 개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해외 출장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비행 중에 전쟁 발발 소식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륙 후 5시간쯤 지나 미얀마 상공을 지날 무렵,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야, 너 출장 갔냐?"라는 메시지였는데, 저는 별생각 없이 "그래, 지금 비행기 타고 가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전쟁 났는데 갈 수 있는 거 맞아?"라는 답장이 왔고, 저는 그때까지도 무슨 소리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기내 와이파이로 확인한 중동 공역 폐쇄 소식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바로 뉴스를 검색했습니다. 기내에서 어떻게 인터넷이 되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저는 출국 전에 기내 와이파이를 미리 신청해 뒀습니다. 기내 와이파이란 항공기에 탑재된 위성 통신 장비를 이용해 비행 중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유료 서비스로, 저처럼 장시간 비행 중 업무 연락을 놓치면 안 되는 출장객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검색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합동 공습을 감행했고, 그 여파로 중동 지역 공역이 잇달아 폐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역이란 항공기가 비행할 수 있도록 허가된 하늘의 특정 구역을 뜻하는데, 전쟁이나 미사일 위협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는 자국 상공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선포해 민항기 진입을 차단합니다. 실제로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에 기습 공습을 감행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수뇌부를 타격했고, 이 사건을 기점으로 두바이, 도하, 암만 등 주변국 공역까지 연쇄적으로 위험 지역에 포함됐습니다(출처: 위키백과 '2026년 이란 전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승무원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혹시 전쟁 소식 들으셨어요?"라고 물어봤는데, 오히려 승무원이 저에게 "정말인가요?"라고 되묻더군요. 기내에서는 대부분의 승객이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고,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해 목적지 공역 진입이 불가능해 인천으로 회항한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기내 회항 방송과 승객들의 반응
기장의 회항 방송이 나오자 기내는 순식간에 웅성거렸습니다. 여기저기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고, 승무원들도 승객 문의에 응대하느라 바빠졌습니다. 다만 다행히도 큰 소란 없이 금방 안정을 되찾았는데, 아마 다들 속으로는 이미 도착한 뒤에 전쟁이 터졌다면 훨씬 더 곤란한 상황이었을 거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5년간 주식 투자를 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시장 급락을 여러 번 겪어봤지만, 그 리스크의 한복판을 직접 비행기로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었습니다. 숫자로만 보던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를 몸으로 체감한 셈이었죠. 여기서 지정학적 리스크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경제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말합니다.
항공기 항속거리와 무급유 비행의 비밀
비행기가 인천에서 두바이 근처 미얀마 상공까지 갔다가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왔으니, 중간 급유 한 번 없이 총 10시간 남짓 비행한 셈입니다. 전자회로 설계를 오래 하다 보니 저는 이런 기계적인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항공기가 한 번 급유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날 수 있는지 직접 찾아봤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항속거리(range)입니다. 항속거리란 항공기가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재급유 없이 비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를 뜻합니다. 현재 상업 여객기 중 항속거리가 가장 긴 기종은 에어버스 A350-900ULR로, 최대 19시간 가까이 무착륙 비행이 가능합니다. 보잉 777-200LR도 약 18시간 동안 17,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습니다.
| 기종 | 최대 항속거리 | 최대 비행시간 |
| A350-900ULR | 약 17,960km | 약 19시간 |
| B777-200LR | 약 17,400km | 약 18시간 |
| B747 | 약 15,000km | 약 14~15시간 |
결국 KE951편이 미얀마 상공까지 갔다가 인천으로 되돌아온 10시간 남짓의 비행은 이런 최신 여객기의 항속거리 성능에 비하면 여유가 있는 수준이었던 셈입니다. 인천-두바이 노선도 원래 직항으로 10시간 넘게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이니, 항속거리만 놓고 보면 크게 무리한 비행은 아니었던 거죠.
인천공항 도착 후 면세품 전량 회수 이유
인천공항에 다시 발을 디딘 시간은 밤 11시쯤이었습니다. 그런데 회항이라는 게 그냥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을 나가면 끝나는 게 아니더군요. 저는 이스라엘 고객사에 전달하려고 면세점에서 과자와 화장품을 구매해뒀는데, 이 물건들이 전부 회수 대상이 됐고 결국 전액 환불 처리됐습니다.
이 부분이 좀 억울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관련 규정을 찾아봤습니다. 당시(2026년 4월 이전) 관세법 시행령 및 관련 고시에 따르면, 항공기가 결항이나 회항으로 출국이 취소되어 재입국하는 경우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은 금액과 관계없이 전량 세관에 반납해야 했습니다. 면세품이란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아 판매하는 물품인데, 실제로 국경을 넘지 못하면 이 면세 조건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회수가 원칙이었던 겁니다(출처: 한국세정신문, 관세청 고시 개정 관련 보도).
참고로 만약 그 과자를 기내에서 이미 뜯어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당시 규정상으로는 개봉이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반납 대상이었고 면세점 손실로 처리되는 구조였습니다. 다행히 이 불편함이 계속 지적되면서 2026년 4월 1일부터는 면세 한도(기본 미화 800달러) 이내 물품은 반납 없이 그대로 국내 반입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습니다. 저는 딱 그 개정 전에 걸린 케이스였던 셈입니다(출처: 관세청,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개정 보도자료).
항공권 환불과 전쟁보험 적용 여부
항공권도 전액 환불이 이뤄졌습니다. 처음엔 항공사가 전쟁 같은 대형 리스크 때문에 이렇게 대규모로 환불을 해주면 손해가 어마어마할 텐데, 관련 보험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찾아보니 제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였습니다.
일반적인 여행자보험 약관에는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폭동' 등이 보험금 지급 제외 사유, 즉 면책조항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면책조항이란 보험사가 특정 사유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미리 정해둔 조항을 말합니다. 실제로 전쟁으로 항공편이 회항하거나 결항해서 발생한 항공권 변경 비용이나 숙박비는 대부분 여행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닙니다(출처: 관련 보도, '비행기 회항했는데 보상 안 된다니… 전쟁에 막힌 여행자보험').
즉 제가 받은 항공권 환불은 보험금이 아니라,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운송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리한 환불이었던 겁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전쟁이라는 불가항력 사유라 해도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지 못했으니 운송 계약 자체를 이행하지 못한 셈이고, 이런 경우 항공권 요금을 돌려주는 건 보험이 아니라 운송약관에 따른 항공사의 기본 의무에 가깝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은 오히려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떠안는 구조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회항 후 구미 집으로 돌아간 마지막 여정
사실 이번 회항 사건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전쟁 소식도, 면세품 환불도 아니었습니다. 밤 11시에 인천공항을 나와서 구미 집까지 내려가는 그 마지막 여정이 진짜 고비였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지방으로 갈 때는 공항리무진만큼 편한 교통수단이 없는데, 그 시간에는 이미 리무진 운행이 끝난 뒤였습니다.
서울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타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그 시간대에는 차편도 마땅치 않고 좌석도 이미 매진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6시쯤 첫차를 타고 구미로 내려왔습니다. 25년째 출장을 다니면서도 공항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해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전쟁보다 이 마지막 귀갓길이 체력적으로는 훨씬 더 고됐던 것 같습니다.
이란전쟁 항공기 회항 Q&A
Q1. 항공기가 회항하면 항공권 요금은 무조건 환불되나요?
일반적으로 전쟁, 공역 폐쇄 등 항공사 책임이 아닌 불가항력 사유로 목적지까지 운항이 불가능해진 경우, 항공사는 항공권 전액 환불이나 대체편 제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안내합니다. 다만 세부 처리 방식은 항공사 정책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2. 회항 시 면세품은 지금도 전부 회수되나요?
2026년 4월 1일 이후에는 여행자 면세 한도(기본 미화 800달러) 이내 물품이라면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국내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도를 초과한 물품만 회수 대상입니다.
Q3. 여행자보험으로 전쟁 관련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나요?
대부분의 일반 여행자보험은 전쟁, 무력행사 등을 면책조항으로 규정해 보상하지 않습니다. 여행 중단 특약이나 전쟁 위험 특약을 별도로 가입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Q4. 비행기는 한 번 급유로 얼마나 오래 날 수 있나요?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신 장거리 여객기는 한 번 급유로 15시간에서 최대 19시간까지 무착륙 비행이 가능합니다.
Q5. 중동 지역 출장이나 여행은 지금도 위험한가요?
2026년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정세는 계속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출국 전 반드시 외교부 여행경보와 항공사 운항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25년 넘게 회사 다니면서 수많은 해외 출장을 다녀봤지만, 이번처럼 하늘 위에서 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회항한 경험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으면서도 평생 잊지 못할 하루로 남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공역이 폐쇄되면서 대한항공 KE951편이 미얀마 상공에서 인천으로 회항했습니다. 당시 규정상 면세품은 전량 회수·환불됐고, 이는 2026년 4월 제도 개선 전의 마지막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항공권 환불은 여행자보험이 아닌 항공사의 자체 처리였으며, 대부분의 여행자보험은 전쟁을 면책조항으로 규정해 보상하지 않습니다. 최신 여객기는 한 번 급유로 15~19시간 무착륙 비행이 가능해, 10시간 넘는 이번 회항 비행도 항속거리 안에서 소화된 일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