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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 당도를 올리려면 잎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건 대부분 아실 겁니다. 그런데 잎 수를 늘리겠다고 가지를 반대편 골까지 길게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하우스 안이 캄캄해지고 본인 몸은 어깨 통증으로 신음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저도 그 길을 걸어봤고, 그래서 3절 적심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방법이 잎 확보·부초 관리·노균병 예방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줬습니다.

잎 확보, 길이가 아닌 숫자로 승부한다
저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본잎 12~13장을 채우는 게 정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지 하나가 반대편 골까지 뻗어 나갔고, 가지끼리 서로 엇갈리며 하우스 바닥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가 직접 재봤을 때 바닥 조도가 10%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포도 결실 품질을 유지하려면 수관 내부 투광률을 최소 10%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가지를 길게 키우는 방식으로는 이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3절 적심(摘心)이란, 송이 바로 위 마디부터 세어서 세 번째 마디에서 줄기 생장점을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쉽게 말해 송이 위쪽 세 마디만 남기고 그 끝을 잘라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잘린 자리 아래 마디마다 부초(副梢), 즉 곁가지가 올라오는데, 각 부초에서 18~25장의 잎이 추가로 확보됩니다. 같은 선폭(棚幅) 안에서 본잎 12장짜리 단일 가지보다 훨씬 많은 잎을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처음 시도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렇게 아래에서 잘라도 되나?" 싶었거든요. 부초를 키워야 하는 건지 제거해야 하는 건지조차 헷갈렸습니다. 그런데 한 철 해보니 감이 잡히더라고요. 부초 잎은 본잎보다 크기가 작아서 같은 면적에 더 촘촘하게 배치해도 빛 차단이 훨씬 덜했습니다. 화수정형(花穗整形), 즉 꽃송이 모양을 일정하게 다듬어 놓고 나서 모든 가지를 동시에 적심해야 꽃이 일제히 피고 수확 시기도 고르게 맞출 수 있다는 점도 이때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3절 적심 시 핵심 포인트 요약
- 화수정형을 먼저 완료한 뒤 일제히 적심해야 개화 시기가 균일해집니다
- 하우스 내 바닥 투광률 10% 이상 유지가 품질 확보의 기본 조건입니다
- 부초에서 확보 가능한 잎 수는 가지당 18~25장으로, 본잎 단독 재배보다 잎 수가 월등히 많습니다
- 가지를 골 밖으로 키울 필요가 없어 선 관리 동선이 크게 단축됩니다
부초 관리와 노균병, 이 두 가지가 진짜 관건이었습니다
가지를 길게 키울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체력이었습니다. 고개를 젖히고 팔을 올려 부초(副梢)를 하나하나 뜯어내는 작업을 몇 시간씩 하고 나면 어깨와 목이 남아나질 않았습니다. 3절 적심으로 바꾸고 나서는 이 고통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송이 위 3마디에서 잘라 버리면, 그 위로 자라던 부초·덩굴손이 전부 잘려 나가기 때문에 따로 손볼 것 자체가 줄어드는 겁니다.
그런데 부초 관리에서 제가 직접 겪어 보고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생장점(生長點) 제거 방식입니다. 여기서 생장점이란 줄기 끝에서 새 세포를 만들어 내는 분열 조직을 말합니다. 이걸 그냥 손으로 꺾어 내면 눈(芽)이 살아남아 같은 자리에서 순이 다시 올라옵니다. 반드시 눈이 있는 방향으로 잡아당겨 눈째 뽑아내거나, 사선으로 정확하게 잘라 눈을 완전히 제거해야 재생이 억제됩니다. 이 방법을 쓰고 나서 저는 일주일에 한 번 가볍게 돌면서 빠져나온 순 몇 개만 처리하는 수준으로 순 작업이 줄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방법 하나 바꿨을 뿐인데 노동 시간이 체감상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노균병(露菌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노균병이란 Plasmopara viticola라는 난균류 병원균이 잎과 과립에 침입해 갈색 반점과 흰 포자를 만들어 내는 포도 재배의 고질적 병해입니다. 이 병원균은 잎 표면에 빗방울이 닿을 때 포자가 튀어 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출처: 농사로(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가지를 골 밖까지 늘어뜨리면 비가 올 때 잎이 빗속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반면 3절 적심을 하면 가지가 하우스 안쪽에 머물러 잎이 빗물에 직접 맞는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게 노균병 발병률을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제 경험상 올해 노균병 방제 횟수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당도 상승 속도도 체감이 됐습니다. 잎이 많으니 광합성 총량이 늘고, 짧아진 가지 덕에 빛이 과립까지 잘 도달하면서 알이 빠르게 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잎 노화는 전개 후 35일 전후부터 본격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3절 적심 뒤 부초에서 올라온 어린잎들은 수확 시점까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어 수기(熟期), 즉 과실이 익어가는 시기를 열흘 정도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3절 적심하면 잎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에 같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송이 위 세 마디에서 자르면 그 자리에서 부초가 2~3개 올라오고, 각 부초마다 18~25장의 잎이 추가됩니다. 본잎 12장짜리 단일 가지보다 총 잎 수가 오히려 훨씬 많아집니다.
Q. 적심 후 부초가 계속 다시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A. 부초가 반복해서 나오는 건 눈(芽)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부초를 제거할 때 눈이 있는 방향으로 잡아당겨 눈째 완전히 뽑아내거나, 사선으로 정확하게 잘라 눈을 없애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같은 자리에서 순이 다시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Q. 꽃이 일제히 안 피는데 3절 적심 시기가 문제인가요?
A. 시기보다는 순서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화수정형, 즉 꽃송이 모양을 먼저 고르게 다듬어 놓고 나서 모든 가지를 동시에 적심해야 개화 시기가 균일해집니다. 큰 가지는 일찍 자르고 작은 가지는 나중에 자르면 꽃 피는 시기가 뒤죽박죽 될 수밖에 없습니다.
Q. 하우스 재배와 노지 재배에서 방법 차이가 있나요?
A. 하우스는 마디 간격이 노지보다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가지를 조금 더 겹쳐서 올려줘야 12마디가 확보됩니다. 3절 적심 자체는 두 환경 모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지만, 하우스에서는 투광률 관리가 더 까다로우므로 간격 띄우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Q. 초보자가 3절 적심을 처음 하면 어디서 잘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A. 저도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어 계속 헷갈렸습니다. 기준은 송이 바로 위 마디부터 세는 겁니다. 송이는 건드리지 않고 그 위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마디까지 남긴 뒤 세 번째 마디 바로 위를 자릅니다. 한두 그루 해보면 금방 눈에 익히게 됩니다.
결론
3절 적심은 처음 접하면 "이렇게 짧게 잘라도 되나?" 싶은 의구심부터 드는 방법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 철 직접 써봤더니 잎 확보량, 투광률, 부초 재생 억제, 노균병 예방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습니다. 특히 생장점을 눈째 완전히 뽑아내는 작은 습관 하나가 여름 내내 순 작업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줬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가지에만 먼저 적용해보고 감을 익힌 뒤 전체로 확대하는 방식을 권해드립니다. 익숙해지고 나면, 왜 진작 이 방법을 몰랐을까 싶으실 겁니다. 저는 적어도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