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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전기 계량기 숫자가 심야에 더 무섭게 올라가는 시대가 왔습니다. 30년 가까이 그대로였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가 지난 4월 통째로 뒤집혔고, 저처럼 24시간 라인을 돌리는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 변화가 남 얘기가 아닙니다.
낮에는 싸지고 밤에는 비싸지는 구조, 도대체 왜 이렇게 바뀐 건지, 우리 공장에는 실제로 어떤 영향이 오는지 25년 넘게 제조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겪은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3년 새 80% 폭등한 배경
2021년 4분기 kWh당 105.5원이던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4년 4분기 185.5원까지 뛰었습니다(출처: 전자신문). 7차례에 걸친 인상이 누적된 결과인데, 같은 기간 가정용 인상률이 30~4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제조업 현장이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컸습니다.
여기서 원가회수율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전기 판매 가격이 실제 생산·공급 원가를 얼마나 충당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산업용 전기는 이 원가회수율이 95~105% 수준까지 올라와, 사실상 원가에 딱 맞춰 요금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쉽게 말해 더 이상 산업용 전기가 '싸게 몰아주는 특혜 요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5년 넘게 제조 현장에서 전기 사용 계획을 짜온 입장에서 보면, 예전에는 심야 시간대 요금이 워낙 저렴해서 웬만한 공정은 야간으로 몰아 돌리는 게 정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그 셈법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계시별 요금제, 낮은 싸고 밤은 비싸진다
2026년 4월 16일부터 정부가 1977년 이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산업용(을) 요금 체계를 통째로 개편했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종합, 전자신문 보도). 핵심은 계시별 요금제인데, 이는 하루를 최대부하·중간부하·경부하 세 구간으로 나눠 시간대마다 다른 요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쉽게 풀면 전기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비싸게, 한산한 시간에는 싸게 받는 구조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에 가장 비쌌던 낮 11시~오후 3시(최대부하)가 한 단계 낮은 중간부하로 내려가면서 요금이 kWh당 최대 16.9원 인하됐습니다. 반대로 저녁 6시~9시는 중간부하에서 최대부하로 승격돼 여름 기준 kWh당 28.5원까지 오릅니다. 태양광 출력제어(전력이 넘쳐 발전소가 강제로 발전을 멈추는 조치)가 2023년 2회에서 2025년 82회로 41배나 급증한 게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 시간대 | 기존 구분 | 개편 후 구분 | 요금 변화 |
| 11시~15시(낮) | 최대부하 | 중간부하 | 최대 16.9원 인하 |
| 18시~21시(저녁) | 중간부하 | 최대부하 | 여름 기준 28.5원 인상 |
| 심야(경부하) | 경부하 | 경부하 유지 | 5.1원 소폭 인상 |
야간 조업 제조업 현장이 받은 충격
제가 직접 겪은 바로는, 반도체·전자부품 라인은 설비를 껐다 켰다 하는 것 자체가 수율(생산품 중 양품이 나오는 비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24시간 연속 가동이 기본입니다. 이런 업종에는 계시별 요금제가 절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철강업계는 더 심각합니다.
아크 전기로(전기 저항열로 고철을 녹여 철강을 만드는 설비)를 도입한 공장조차 치솟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생산량이 2021년 216만톤에서 지난해 150만톤으로 30.5% 줄었는데도 전기요금은 1251억원에서 1579억원으로 오히려 26.2% 늘었고,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7%에서 14%로 두 배가 됐습니다.
제 공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야간에 설비 점검이나 시운전 공정을 몰아서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낮 시간에 라인을 최대한 돌리고 저녁 피크 시간대는 최소 인원만 남기는 쪽으로 가동 스케줄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 30년 가까이 굳어 있던 '심야조업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상식이 한순간에 뒤집힐 줄은 몰랐거든요.
저처럼 회로 설계와 생산 라인 스케줄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히 요금표 숫자가 바뀐 게 아니라 설비 가동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문제로 다가옵니다. 시화염색단지 같은 뿌리 산업도 원가에서 전기요금 등 공과금 비중이 40%까지 치솟으면서 물량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라, 저도 남 일 같지 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탈원전 논쟁과 한전 부채의 그림자
이번 요금 폭등 논쟁의 뿌리에는 한전채(한국전력공사가 부족한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 문제가 있습니다. 한전의 총부채가 205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석탄 비중을 줄이고 단가가 2~3배 비싼 LNG·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 정책이 한전 부채를 키운 원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용(을)에 해당하는 기업 대부분이 수출 대기업이고, 전체 원가에서 전력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3~1.4% 정도라 큰 영향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가정용 요금 인상은 국민 체감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있는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고통을 분담한다는 논리입니다.
양쪽 다 나름의 근거가 있는 논쟁입니다. 다만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미국(122원)보다 52%, 중국(129원)보다 43.8% 높다는 점은 수치로 확인되는 사실이라(출처: 전자신문),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는 부담이 실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태양광·풍력 확대, 정말 해법일까
정부는 현재 34GW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태양광·풍력은 일조량과 풍속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 문제가 있어, 100GW 설비를 깔아도 실제 뽑아낼 수 있는 전력은 최대 20GW 안팎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2030년 기준 해상풍력 발전단가는 kWh당 250원, 태양광은 100원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원전보다 훨씬 비싼 수준입니다. 오지나 해상의 발전 설비를 국가송전망까지 연결하는 인프라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25년간 국내외 주식을 지켜본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은 곧 전력 다소비 업종의 원가 구조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저는 이런 정책 변화가 나올 때마다 관련 종목의 원가 비중부터 먼저 뜯어보는 편인데, 이번 요금 개편은 업종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릴 걸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 정책 방향을 단정적으로 예단하기보다는, 시간대별 사용 패턴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는 게 투자자든 제조업 현장이든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1. 계시별 요금제는 모든 전기 사용자에게 적용되나요?
아니요. 이번 개편은 산업용(을) 고객부터 시작해 산업용(갑)은 6월부터, 일반용·교육용은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되며 가정용(주택용)은 이번 개편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Q2. 24시간 돌리는 공장은 무조건 손해인가요?
시간대별 사용 비중에 따라 다릅니다. 낮 시간 비중이 높으면 오히려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저녁·야간 비중이 높으면 부담이 늘 수 있어 실제 사용 패턴을 데이터로 먼저 확인해 보는 게 우선입니다.
Q3. 기존 요금제를 계속 쓸 수는 없나요?
일정 기한 내 신청하면 유예기간 동안 기존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경과조치가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건 아니므로 한전 공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Q4. 산업용 전기요금이 미국·중국보다 정말 비싼가요?
네. 최근 비교치를 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보다 약 52%, 중국보다 약 44%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5. 원전을 늘리면 전기요금이 내려가나요?
원전은 발전단가가 낮은 편이라 확대 시 장기적으로 요금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확대론자들의 주장이지만, 신규 원전 건설과 공론화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결론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는 어느 한쪽 주장만 옳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30년 가까이 굳어 있던 요금 체계가 깨지고 계시별 요금제라는 새로운 룰이 들어온 지금, 제조업 현장에서는 요금표를 탓하기보다 우리 설비의 시간대별 전력 사용 패턴을 먼저 뜯어보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25년째 제조 현장을 지켜온 입장에서, 앞으로도 이런 요금 개편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 역시 다음 분기 요금 동결 여부와 산업용(갑) 적용 시점을 계속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이 자리에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① 산업용 전기요금은 3년간 약 80% 폭등, 원가회수율 기준 더 이상 '싼 전기'가 아님
② 2026년 4월 16일부터 49년 만에 계시별 요금제 도입 — 낮은 인하, 저녁(18~21시)은 인상
③ 24시간 가동 철강·반도체·전자 업종은 오히려 부담 증가, 낮 시간 위주 기업은 절감 효과
④ 한전 부채·탈원전 정책 vs 정부의 "원가 비중 1.3~1.4%로 영향 미미" 입장이 팽팽히 대립
⑤ 태양광·풍력 확대는 간헐성·비용·송전망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함